법정 지음, 샘터 편집부 엮음, 모노 그림샘터
법정스님의 무소유.학창시절 필독서였다.그리고, 그분이 2010년 3월 길상사에서 입적하셨다는 이야기도 아는 터였다.그런데, 법정스님의 책이 나왔다고?따뜻한 판화느낌의 표지에 자그맣게 '샘터 필사책'이라는 문구가 보인다.법정스님이 생전에 남기신 말과 글, 그리고 불교경전 문구를 편집해 엮은 책이었다.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요즘.많은 말보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것, 상대의 말에 동의해 주는 것 그 것 하나만으로도 힘이된다.자취생의 간장과 참기름을 반찬삼아 넣은 밥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으랴만은,공감해주는 스님의 말에, 그 밥 참 맛있다는 그 말에 부끄러움은 자랑스러움과 떳떳함, 따스함으로 변하게된다.
간단하지만 예쁘게 편집된 책을 차례로 읽어나가도 좋지만,이 책을 활용하는 법을 먼저 보고 책을 차례로 봐 나가도 좋겠다.이 책을 자신의 책을 읽는 방법.그것은 바로 필사다.
따로 메모장을 마련해도 좋지만, 펜이 있다면읽고있는 이 책 어디든지 끄적이면 된다.쓰는것이 부담스럽고 어색하지 않도록여백을 많이 남겨두되 그림을 적절히 배치하여그 위에 쓰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 놓은 편집팀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내게 닥친 어려움도행복이 될 수 있다는 글을 읽으면서,
무작정 바쁘게 살다보니 나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걸었던 나날들을 떠올리며 책 한켠에 손에 든 연필로 글귀를 따라 끄적인다.나만의 책이 되는 순간이다.
스님이 결혼을 하셨을리 없지만,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남기는 글은인간관계에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말이 되는 것 같다.서로 예절을 차리고, 신의를 지키는 것.결혼을 앞둔 이에게도, 결혼생활을 지내고 있는 이들에게도 필요한 말이다.
길을 걷다보면 예쁜 꽃들이 참 많이 보인다.법정스님의 글을 통해 꽃에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도 한 수 배운다.꽃향기는 코로 맡는 것이 아니라 듣는것이라니!바람결에 은은히 묻어오는 그 향기를 듣는 다면...꽃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스님은 떠나셨지만 우리는 이땅에 살고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또는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거나 모든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또는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거나
모든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지친 삶의 한 켠에서 잠시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책.그래서, 오늘이 행복하구나 하는 마음이 들게하는 책으로 이 책이 사용된다면 그로써 족하다.아마, 법정스님도 고개를 끄덕이시지 않을까.샘터에서 나온 필사책 첫번째, 법정스님의 "행복은 간장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