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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떼기 ㅣ 권정생 문학 그림책 2
권정생 지음, 김환영 그림 / 창비 / 2017년 5월
평점 :
권정생 문학그림책2 _ [ 빼떼기 ]
권정생 글, 김환영그림
창비
오늘은(2016.5.17)
[강아지똥], [몽실언니]의 작가 권정생 선생님이 돌아가신지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몇해 전 도서관에서 가진 '권정생 톱아보기'행사로
안동에 있는 선생님 생가와 그 일대도 둘러보고, 가까이서 뵈었던 분들의 이야기도 들었던 터라,
선생님의
작품 [엄마 까투리]가 EBS에서 만화로 만들어져 방영되면서 더 친숙해졌는데
아이들도 좋아하는 그림책의 저자이시기도 하지만
이분의 이름을 들으면 마음 한켠이 아련해진다.
최근들어 권정생선생님의 작품이 재 조명되고 있는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다.
문학 그림책 1권으로 나온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에 이어, 이번에 2권으로 [빼떼기]가
나왔다.
깜장 병아리 빼떼기.
권정생선생님의 생명관을 품은 화가 김환영 작가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나다.
이 책은 '더북' 앱을 통해
책을 들을 수 있다.
1948년 7월의 어느 장날.
순진이네 집에서 일 년 남짓 살다가 죽은 빼떼기의 이야기는
순진이네 아버지가 장터에서 암탉 한마리를 사 오는 데서 시작한다.
검은 토종 암탉, 그리고 뒤이어 들인 수탉한마리와 암탉한마리
그들이 낳은 알에서
귀여운 병아리들이 나왔다.
깜둥이의 새끼들은 모두 깜장 병아리.
열다섯마리 새끼들은 엄마를 따라 솔방울처럼 굴러다니듯 뛰어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사고가 났다.
건넌방 아궁이에 군불을 지펴 놓고 자리를 뜬 사이에, 병아리 한마리가 그 아궁이 속으로 뛰어 들어간
것!
주둥이의 부리는 반이나 뭉뚱그려졌고, 발가락은 부풀고..
그래도, 대견하게도
살아남았다!
순진이네 가족의 정성어린 돌봄도 있었지만, 제 스스로도 용감하게 생을 이어간 것이다!
한 달이 지나자 불에 덴 병아리는 엉거주춤 서서 빼딱빼딱 걷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병아리의 이름이 '빼떼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빼떼기는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어미 깜둥이가 빼떼기가 제 새끼인줄 몰라본 것이다.
무섭게 달려들어 쪼아버리는 엄마를 보며 빼떼기는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엄마도 몰라보게 변한 자신의 모습...
그럼에도 빼떼기는 살아간다.
솜털이 다 타버려 알몸뚱이가 된 빼떼기에게 순진이 어머니는 옷을 만들어준다.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는 빼떼기지만,
그림을 보니 더 슬퍼진다.
제 무리속에 들지 못하고 저리 혼자 떨어져 있다니..
다른 병아리들이 어른이 되어 팔려 나가고 하는 사이에
빼떼기도 자라서, 온전하진 않지만 수탉의 모습이 조금씩 나타난다.
그러던 어느날.
1950년 6월에 전쟁이 일어났고,
7월에는 마을 사람들이 피난을 갔다.
순진이네도 피난을 준비하며 기르던 닭들을 장에 내다 판다.
그러면...빼떼기는...
... 빼떼기를 위해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린 것이겠지.
부엌으로 숨은 엄마와 아이들...
마지막에 그려진 그림 한장.
*
눈물겨운 한 목숨.
전쟁속에서 빼떼기처럼 지냈을 아이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권정생 선생님 모습이 빼떼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용감하게 살아줘서 고맙고,
순진이 엄마와 같은분이 계서서 고맙다.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는 제 나름의 이유가 있다던,
하나님은 필요없는 것은 하나도 만들지 않으셨다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환하고 빛나는 날,
강아지똥 처럼 땅속으로 스며들어, 보이지는 않지만
꽃으로 피어난 선생님의 글을 보며
권정생선생님을 다시 기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