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생동물 구조 일기
최협 글.그림, 김수호.김영준 감수 / 길벗어린이 / 2016년 12월
평점 :
야생동물 구조일기
최협 글, 그림
김수호, 김영준 지도 감수
길벗어린이

종종 잊고 사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우리가 야생동물들과 함께 이 땅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
동물들은 '동물원'에 가서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도시사람들의 생각에서는
마을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사이 사이에 동물들이 있는 지도를 보고는 적잖히 놀란다.
닭장에 수리부엉이가? 돌담에 구렁이가?! 콩잎밭에 고라니가 있다고?!
이 책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야생동물치료소에 온 동물들이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기까지 일 년을 담은 기록이다.
그래서,
날짜가 기록되어 있고
그날 있었던 일을 일기처럼 기록해 놓은 형식으로 되어 있다.

5월 1일. 새끼 동물들에게 밥을 주는 장면이 놀랍다.
아기에게 젖을 물려주듯이 어미의 젖 성분과 최대한 비슷한 분유를 찾아 분유를 타는 모습과,
진짜 엄마로 생각하지 않도록 가면이나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먹이를 주는 모습.
구조되어 온 동물들의 상황도 가지각색이다.
올무에 걸려 죽은 어미의 젖을 빨던 새끼 족제비가 구조되고,
공사장 굴착기에 다람쥐 굴이 망가져 새끼 다람쥐만 홀로 구조된 상황.
개 밥그릇에 들어갔다가 개한테 물린 고슴도치 구조.
고슴도치야, 넌 개밥그릇에 왜 들어갔었니?
그 중에 유독 눈에 띄이는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로드킬 당한 삵의 새끼들을 구조한 일이다.
책에서는 먹이를 구하러 나온 어미가 차에 치인채 숨져있는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태어난지 일주일도 채 안된것 같은 그 삵의 새끼들을 데리고 와 돌봐주고 훈련하며
다시 돌려보내기까지의 여정을 보여준다.
고양이랑 닮았지만 몸집이 조금 더 크고, 귀가 둥그스름하며
고양이가 물에서 헤엄을 잘 못치는 반면 헤엄을 잘 치는 삵.
삵의 새끼들은 미숙한 아기를 인큐베이터에서 돌보는것처럼
그렇게 세심한 배려를 받는다.
아기가 젖이나 분유를 먹고 토하지 않고 잘 소화시키도록 등을 쓸어주거나 안고 있는것처럼
새끼 삵도 어미가 혀로 등을 핥아서 소화를 시켜야 하는데, 어미가 없으니 사람이 대신 등을 쓸어주고 항문마사지도 해주는 모습이
영락없이 아기를 기르는 모습이었다.

이 세마리의 새끼 삵 중에 한마리는 결국 죽고, 남은 두마리는 몸집도 커지고 튼튼하게 자라
야생으로 가는 모든 훈련을 마치고
드디어 방생하기로 결정한다.
방생 전에 이들의 몸에 위치 추적기를 달아서
제대로 방생되었는지 확인하고 야생동물의 생태로 연구한다.
이 추적장치는 보통 사계절을 관찰하고 1년뒤에 동물 몸에서 추적기가 떨어져 나가도록 설정해두었다니
필요한 만큼 이상의 인간의 간섭을 최대한 줄이고자 한 배려로 보였다.

똥통에 빠진 수리부엉이, 끈끈이에 붙은 긴점박이올빼미,
공사장에서 구조된 새끼다람쥐, 어미잃은 새끼 멧돼지...
무사히 훈련을 마친 동물들이 야생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야생동물치료소에 오게된 상황들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생각하면 웃긴(?!)상황도 있지만, 대부분 인간의 욕심에 의해 놓인 덫에 목숨을 잃거나,
로드킬 당해 가족과 헤어진 상황이 많았다.
사람들이 이 땅을 자기들만의 것으로 생각하고
개발하고 동물들의 보금자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들을 보호해야한다고 여기지 않은 생각의 결과였다.
그래도 그 중에서도
수의사, 사육사, 소모임 회원, 학생들로 구성된 야생동물 구조'서포터스'들이 있다는것이 감사했고
사람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동물들이 갈 수 있는 이런 야생동물치료소가 있다는것이 고마웠다.
(이 책의 배경이 된 강원도 철원군 야생동물치료소는
관광지 개발로 인해 기능이 축소되어 2016년 작은곳으로 이사 했지만..)
언제쯤...우리는 그들의 땅을 되돌려줄 수 있을까.
책 말미에는 새끼 야생동물을 발견했을 때의 지침과 구조시 알아야할 수칙 10가지를 적어두고 있다.
어미가 있다면 새끼는 안전하니 데리고 오지말 것.
이동상자를 준비하고 동물과 나 자신을 함께 보호하며
안정을 취하게하고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구조했는지 구체적으로 기록해 놓으며
야생동물을 오랫동안 보호하지 않는것 까지.
전국 야생동물 구조 신고 전화번호도 적혀있고 말이다.
(12개의 야생동물구조관리 센터가 나와 있었다.)
2016년 우수 출판 콘텐츠 제작지원사업 당선작으로 만들어진 이 책이
많이 읽혀져서
야생동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조금씩이나마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