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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들 - 한 개의 섬, 두 개의 시선 ㅣ 다림 청소년 문학
아넬리즈 외르티에 지음, 정미애 옮김 / 다림 / 2016년 10월
평점 :
난민들_ 한개의 섬, 두개의 시선
안느리즈 에르티에 글, 정미애 옮김
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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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중요한 부분들이
갑자기 그녀 앞에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던 현실로
드러나 버린 것만 같았다.
오랫동안 현실을 무시해 왔기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나 자기 일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했던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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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02. 불법이민자들을 구하기 위해 위고네 아버지가 체포된 이야기를 파올라로부터 들은
밀라 생각 중에서.)
17세의 밀라. 부모님과 함께 람페두사 섬으로 한달간 휴가를 왔다.
'구원의 섬'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부근의 섬.
밀라는 지금 그리 행복하지 않다.
6년전 즈음, 엄마가 그렇게도 기다리던 동생이 태어나고 다섯살이 되어
병으로 죽자
그녀의 행복했던 일상도 어그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회복을 위한 걸음이랄까.
그렇게 찾은 섬 람페두사.
지금은 그 섬에 사시던 할머니도 돌아가셨지만
이 곳에 한 달간 머물던 밀라는
자신의 삶의 일대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밀라 외에 한 부류의 화자가 등장한다.
바로, 에리트리아에서 탈출한 난민들.
밀라가 말하는 부분과 글씨체가 다르게 표시된 이들의 기억은
같은 시대 같은 또래가 겪는 일이라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판이하게 다르다.

사와. '강제 노역캠프'에 동원되어 17세에서 47세까지
강제적인 군 복무와 노역, 반정부 세력에 대한 체포와 고문, 독립 신문 발간 금지, 이동제한, 불시검문, 강제수용소 운영..
이와 같은 일들이 에리트레아에서 자행되는 일이었다.
이 것을 벗어나기 위해
'자유의 땅'인 유럽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 길목에서 만나는 지중해, 람페두사 섬을 배경으로 그린 이야기.
구사일생으로 도착한 난민 8명의 이야기가 밀라의 이야기와 교차하며 진술되고 있는 것이다.
난민을 수용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보시피니'법 처럼, 난민을 구해주는 이들을 처벌해야 할 것인가.
(오늘날, 유럽연합은 지중해 연안에서 불법 난민들의 난파 사고를 줄이기 위해
인도적, 재정적 차원의 대규모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도...정치적인 상황에 따라 태도를 달리 하는 건 아닐지..)
에리트레아 이야기를 들으며 북한이 떠올랐다.
너무도 자주(?)들어서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무감각해진 내 모습을 보았다.
밀라의 말처럼
너무나 자기 일에만 몰두했기때문에 현실을 알아보지 못했던건 아닐까.
밀라는
난민이 람페두사 섬에서 구조된 현장을 목격하고 일대 변화를 맞는다.
자신의 문제를 보다 객관적인 눈으로 보게되면서, 현재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스스로 가졌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에 관심을 갖는다.
현재를 받아들이고
우리의 방법으로 해낼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내기로.
- 밀라가 람페두사 섬에서 만난 파올라의 말처럼.
신문에서만 있는 일처럼 멀게만 생각한 난민이야기를
보다 현실감 있게 생각하며 보게 한 글.
현실 - 내가 처한 지금의 상황과 사회적 실제 - 을 받아들이고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글.
시야를 넓혀 동시대를 사는 이들을 보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