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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때마다 시를 외웠다
문길섭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6년 9월
평점 :
품절
흔들릴 때마다 시를 외웠다
문길섭 지음
비전과 리더십

시 암송.
시 낭송은 종종 그 이름이라도 들어봤지만,
시를 암송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했다.

"항구적이면서도 참다운 인간의 행복이란
사물이나 인간, 즉 다른 존재와의 깊은 만남에 있다" 라는 구상 시인의 말 속에서
'시와의 깊은 만남'을 갖게 해주는 시암송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가끔.
일상의 분주한 모습이나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한 줄의 시어로 표현한 시를 만나곤 한다.
열줄의 긴 글보다
마음을 울리는 한 줄의 시.
진솔한 시는 노래와 같이 마음에 남아서
되뇌이게 되고,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시와 관련된 저자의 수필과 더불어
짧은 시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저자의 시와 관련된 경험을 읽는것도 좋았지만,
여러 시선집을 펼쳐보아야 알 수 있는 좋은 시들을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얻게되는 유익이었다.

마침,
책을 들고 지하철 안에서 글을 보고 있는데
이 시를 접하게 되었다.
마음 읽기 - 지하철에서
박두순
지하철 안에서
시를 읽고 있었다
노인이 허리를 구부리고 들어섰다
모른 체하려다가 일어섰다
시 한 줄 읽기보다
마음 한줄
더 읽기로 했다
이 시를 보면서
시를 지하철 군데 군데 보이게 두면,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문구나 줄글을 길게 적어놓을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시가 나를 움직인다.
자리양보가 사람의 마음읽기가 되는 순간이다.

[대추한알]
이 시는 그림책으로도 만나보았던 시다.
우리집으로 향하는 길, 그 길목에 서있는 대추나무 한그루를 보면서
이 시를 생각했더랬다.
엄지손가락만한 열매하나도 저절로 붉어지고 둥글어질 수 없는데
하물며
이리저리 모나고 설익는 내가
쉬이 성숙한 어떤 모습의 나로 바뀌진 않겠지.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도 있겠지만
결국은 잘 익은 '대추 한 알'이 될 것을 기다리며.

시를 외우기를 권하며, 시를 소개한 책을 들고 있어서 그런것일까.
그날의 행선지로 향하던 지하철 역에서
시가 있는 벽이 눈에 띈다.
이렇게 시는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어부
김종삼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고 장영희 교수의 산문집 제목이기도 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는 시구가
이 시에서 나왔구나...
어부의 말처럼,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되는 오늘, 순간순간.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지만,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는 삶.
시가 삶을 풍성하게 해준다.
많은 말로도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함축적인 언어로 다시 내게 이야기해준다.
결혼식장에서, 퇴임식 자리에서 많은 말대신 시를 읊은 이야기를 보며
나도
내 마음을 표현하는 시를 만나서
시의 적절한 때와 장소에서
다른 이들에게 풀어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들릴 때마다 시를 외웠다]
시를 더 가까이하고 싶게 만들고, 좋은 시를 소개해주는 책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