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 제1회 보림창작스튜디오 수상작 보림 창작 그림책
권정민 글.그림 / 보림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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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

 

권정민 지음

보림

 

 

웃기면서 슬픈 웃픈 그림책.

 

저자는 집을 잃어버리고서 - 빼앗겨버렸다고 하는게 정확한 표현일거다 -

집을 얻기까지

놀라운 여정을 감행한

'멧돼지'가장이 남긴 에세이 글이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몰린 이들을 위한 처세술이랄까.

 

 

어떻게 아느냐고?

속 표지그림을 보면

책상에 앉아 진지하게 집필하고있는 멧돼지의 모습이 보이니까^^

 

(물론, 책은 뉴스에 등장한 멧돼지를 본 권정민작가님이 쓰시고 글을 쓰셨다.

음. 멧돼지의 목소리를 듣고(?!) 쓰신것이니, 멧돼지의 글이라 해도 되겠죠 작가님? ^ㅡ^)


중장비 앞에 놓인

멧돼지 일가족.

말 그대로 벼랑끝에 놓였다.




이들의 보금자리는 하루아침에 공사터로 바뀌었다.

아무런 경고없이 일어난 일.

일을 벌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추진되어온 일이라지만,

멧돼지식구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이 멧돼지. 의연하게(?!) 그곳을 떠난다.

어록을 남기며.

 

"하루아침에 집이 없어져도 당황하지 말고 새 집을 찾아 나설 것."

 

 

그리고, 그들이 발걸음을 옮긴곳은

산속이 아닌 도심 한 가운데.

차들이 빽빽한 도로 한가운데 마주한 것은

창살로 된 우리안에 돼지를 싣고가는 트럭한 대.

 

이 모습을 보고 남긴

멧돼지의 어록.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아닌 것에 감사할 것."

비장하고 숙연하면서도 웃긴 상황은 계속된다.


배가고픈 멧돼지 무리들에게

음식을 골라먹는다는건 사치다.

음식물수거통을 열어서 허기진 배를 채우며 하는 말.

 

"먹을 수 있을 때 충분히 먹어 둘 것."

"너무 무리하지는 말 것."

 

ㅎㅎㅎ

웃음코드라 하기에는 눈물이 난다.

먹고 또 먹을 수 있는 '더 다이닝 부페' 창 밖에 나란히 까치발을 하고 있는

새끼 멧돼지들이라니...

안스럽기도 한데, '너무 무리하지는 말라'는 멧돼지 엄마의 말이

웃기게 들리는건 뭘까.


공기좋고, 학군좋고, 주변에 유해시설이 없는 곳.

 

음, 이곳이야!

 

멧돼지 가장의 표정에서 '내집마련'의 부푼 기대감을 엿본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제 가족을 잘 돌보기위한 마음은 매 한가지 아닐까.

 

 

그런데, 여긴..아파트 단지가 아닌가?


"느낌이 왔다면 머뭇거리지 말 것."

 

멧돼지 엄마의 추진력은 정말 끝내준다!

계단을 올라가는 저 빠른 몸놀림!

 

 

 

자리를 잡았다! - 사람들을 쫓아낸건지, 사람들이 달아난건지, 뭐. 결과는 같지만! 

 

드디어 자리를 잡았다면,

이제 뭘 하면 좋을까요?

 

새집을 마련하고 자리를 잡으면 하는것은..

혹시 ...집들이?

 

마지막 면 지.

파란색 새 한마리가 편지를 물고 왔다.

중장비를 배경으로 벼랑끝에 몰린 수~~많은 멧돼지 무리앞으로.

 

멧돼지들은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앞서 '아파트'에 자리를 잡은 멧돼지에게로 가서

함께......?

 

*

 

저 '파랑새'가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멧돼지의 이야기가 남일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는

삶의 터전을 잃은 멧돼지와 같은 동물들을 떠올리게 된다.

도로를 만들고 도시가 확장되면서

산이 잘리고 집이 없어지는 일이 다반사가 된 현실.

동물들이 다닐 수 있는 생태통로가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조차 소수이고

먹이사슬의 고리가 끊어진 그들은 점차 멸종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빈익빈 부익부가 되어가는 사회.

벼랑끝으로 내 몰리는것은 비단 동물들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멧돼지가 남긴(!) 이 지침서에서

제일 먼저 나온것이 '당황하지 말고 새 집을 찾아 나설 것'을 이야기한다.

그 누구가 대신 해줄 수 없는 삶의 걸음.

멧돼지는 의연하게 자기길을 개척해갔다.

그리고, 책 속의 이야기이지만 자기의 집을 마련했다!

 

*

 

아이들에는

멸종동물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어른들에게는

멧돼지와 묘하게 겹쳐지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한번 웃고, 웃으면서 왠지모르게 나는 눈물을 닦으며 볼 수 있는

그런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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