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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치는 곰 ㅣ 김영진 그림책 5
김영진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피아노 치는 곰
김영진
길벗어린이
눈물이 핑 돌았다.
나도모르게.
이 책은, 아이들의 마음보다
엄마이고 전업주부인
내 마음을 움직인 책이다.

엄마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 권하고 싶은 책.
김영진 그림책 5권 <피아노 치는 곰>

면지에 그려진 엄마의 아침일상.
아쉬운 이불의 온기를 뒤로하고
부엌으로 걸어가
아침을 준비하고
아이들 깨우고, 밥먹이고
보내는 것 까지.

그렇게 식구들을 보내고 나면
엄마만의 시간?
아니, 정리의 시간이 시작된다.
아침식사 치우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모임에 나갔다가 친구로부터 들은 한 마디에
아침식사를 사과로 대신하는 엄마.
남이야기 같지 않다.

엄마 밥!
엄마 때문이야!
집에서 뭐한다고 이것도 못찾아?!
해도해도 표시가 나지 않는 집안일...
그러던 어느날,
엄마는 가족들이 던지는 일상적이면서도 아픈 그 말을 듣고는
곰이되어버린다.
모든것을 우직히 견디던 엄마 곰.
곰이어야만 견디어 낼 수 있었던 나날들..
그 '곰'이 밖으로 들어난 것이다.
*
아빠가 장모님에게서 들은 비밀 하나.
어렸을적에도 이런적이 있었다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던 엄마의 말을 그냥 넘겨버리고 얼마 뒤,
토끼로 변해버린 고등학생.
두 달 정도 그림만 그리더니 다시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
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청진기로
곰으로 변한 엄마의 가슴에 귀를 기울며
엄마가 피아노를 치고싶다는 걸 알게된 가족.

그렇게
엄마는 곰으로 변한 모습 그대로 피아노를 배운다.
피아노를 잘 치게되면
엄마는 원래모습으로 돌아오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피아노 선생님의 권유로 참여한
연주회날.
꿈같은 일이 펼쳐진다.
*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축복임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감사'하게 된다.
늘 함께하던 식탁이
주고받는 대화가
사랑하는 가족이
내 옆에 있다는 그 존재자체가 행복이 된다.
미르와 그린이 엄마가
곰에서 '엄마'의 원래모습으로 돌아온 장면에
책을 읽던 아이도 같이 박수를 친다!
'녀석, 너도 엄마의 소중함을 느꼈나보구나 ^^'
*
책을 읽으면서, 한권의 책이 생각났다.
[돼지책]
비슷한 주제를 담은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에서는
엄마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잊은 가족에게
엄마의 부재를 경험시키고 - 엄마가 집을 나간다! -
가족이 돼지로 변했다가 사람으로 돌아오면서
엄마가 하고 싶은 일도 하게되고, 엄마의 중요성도 알게된다.
이 책도 엄마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생각하게되는건 같지만,
엄마가 곰으로 변하고, 또
변한 모습을 가지고 가족과함께 거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구도는 조금 다르다.
*
같은 주제를 담고 있지만,
엄마의 입장에서는
[피아노 치는 곰]이 더 위로가되고 공감이 되었다.
엄마의 입장이 더 많이 표현되어 있어서일까.
마지막에
자동차를 수리하던 돼지책 피콧부인의 모습보다는,
감동의 순간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우당탕탕 아침이 반복되는 일상앞에서
빙긋웃는 미르네 엄마의 모습이
지금 나와 더 닮아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모든 편안함은 누군가의 희생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이 책이 편안함을 투정부리며 누렸던 저자의 사과문이기도 하다는 작가의 말.
책을 통해 받는 위로.
그리고 다시 사랑할 수있는 힘을 얻는 순간.
문득, 내가 원하는 건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르네 엄마도 어쩌면 곰으로 변하기 전에는 몰랐을 꿈.
내게도 그 청진기가 있다면, 내 마음은 뭐라고 두근거릴까?
아이들보다
엄마가 더 감동받았던 책
[피아노치는 곰]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