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 어느 심리학자의 물렁한 삶에 찾아온 작고 따스하고 산뜻한 골칫거리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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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몰라

 

닐스 우덴베리 지음, 신견식 옮김

샘터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적, 집앞에서 눈이 마주친 고양이의 매서운 눈빛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음산한 기운으로 기억되는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고양이' 때문일까.

 

첫 표지에 회색빛이 감도는

줄무늬 작은 고양이가

나이든 남성에게 기대어 있는 모습은

평온하게 보이면서도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기에는 움찔한,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 책은 70이 넘은 스웨덴 신경학자이자

어릴적, 애완동물을 좋아했다가 키우지 않기로 결심한 이가

스스로 '고양이 집사'라고 부를 정도로 바뀌게 된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놓은 에세이다.

 

어느날 자신의 집에 찾아온 고양이 한마리.

고양이를 돌보거나 함께 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추운 겨울, 귀여운 고양이에대한 동정심으로 먹이를 주게되고

그 고양이 '나비'는

점차 저자의 일상속으로 들어온다.

이제는 저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고양이가 함께 하는 일상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일생의 마지막을 함께 할 존재로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심리학자 답게,

나비가 찾아오고 나서 부터의 일상을 적은 에세이 안에도

자신의 심경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또 고양이는 어떤 마음일지 계속 묻고 추적하고 있다.

하지만, 제목에서도 말하듯이

박사는 고양이 기분을 '이렇다'고 단정지을 수 는 없다.

그저, 그렇지 않을까 추측만 할 뿐.

 

많은 문인들이 고양이에 대한 글을 남겼다.

도리스 레싱, T.S.엘리엇...

T.S.엘리엇은 고양이에게 세개의 이름이 있다고 했다.

평범한 이름, 몹시 개성있는 이름, 추측만 해 볼 수 있는 이름.

한없이 친근하게 골골송을 부르는 '나비'이지만

밤이되면 어딘가 나갔다가 자신만의 자유를 누리고 돌아오는 고양이.

주인 할머니의 침대에 몸을 돌돌말아 잠자는걸 좋아하면서도

일부러 찾아내려고 해야지만 겨우 찾아낼 은신처를 마련해놓고 있는 고양이 나비.

 

길고양이였을 뿐인데,

그 고양이가

한 사람의 인생에 들어와

없어지면 걱정하게 되고, 서로의 감정을 읽으려고 애쓰고

(고양이가 저자의 감정을 읽으려 애쓰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드러난 행동에서 보면 그런것 같기도 하다^^)

그 때문에 웃고, 활발해지고 움직이게 되는것.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점점 고양이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다.

 

충직한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주인도 몰라본다는 편견이

이 책을 통해서 허물어 졌다고 할까.

 

고양이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일상은 물론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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