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독서평설(12개월 정기구독)
지학사 편집부 지음 / 지학사(월간지)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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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고교독서평설 2026.09. Vol.426



2학기. 학교로 가는 발걸음이 이제 제법 익숙해진다. 언제 방학이었냐는 듯이.

방학이 끝나고 아쉬운 마음은 곧 선배들의 수능 D day를 셈하는 숫자와 추석 앞 뒤로 자리잡은 중간시험일을 보며 다시 마음을 다잡게한다.

1학기 보다 1.5배속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듯한 2학기. 2학기에도 쉼의 시간엔 <고교 독서평설>과 함께. (슬쩍 펼쳐보았을 뿐인데, 어느 새 몇 개의 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시선을 가져가곤 하지만 말이다.)




논쟁 why에서는 임신 중지 약물도입에 관한 이슈가 등장했다. 고1에서 배우는 통합사회2의 1단원에서 인권이 나오는데, 인권이 지닌 천부성을 다루며 다뤘던 임신 중절. 태어나면서 부터 가지게 되는 당연한 권리를 천부성이라고 하는데, 그럼,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에겐 인권이 없는가? 하는 의문을 던지며 생각했던 주제였다.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7년3개월이 되었다.

낙태는 법적으로는 해결안이 나왔지만 여전히 윤리적으로는 논쟁거리다. 임신 중지 약물을 도입 허용 등이 법률로 정해지지 않은 것을 봐도 그렇다. 이 안건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이렇듯 학교에서 다룬 내용을 시사 내용으로 다시 접할 수 있는 것이 독서평설의 묘미. (내용은 무겁지만, 뭔가 교과와 연결되는 뿌듯함!)




새롭게 만나는 동남아시아, 이번에는 동서 문명이 겹친 경계의 땅, 필리핀이 소개되었다. 필리핀의 종교라고 이야기하면 에스파냐 식민지배의 영향을 받아 카톨릭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핑크 모스크라니? 필리핀 최남단 민다나오섬은 말레이제도와의 인종, 문화 교류가 훨씬 긴밀해 14세기 해상 무역로를 따라 유입된 이슬람교가 자리잡아 지금도 이곳 무슬림들은 스스로를 '방사모로(Bangsamoro)'라고 부르며 주류사회와 구별되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7,6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국가 답게 다양한 삶의 이야기와 풍경을 가진 나라.

그 나라를 우리는 언제 알게 되었을까.

조선 후기, 예기치 못한 풍랑으로 루손섬에 9개월간 체류하고 돌아온 홍어 장수 문순득의 이야기도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조선 시대 하층 신분이었기에 특유의 선입견 없이 표류했던 지역의 낯선 삶으로 곧바로 들어갈 수 있었던 문순득의 표류와 귀환은 이후 제주도에 9년간 억류되었던 필리핀 표류민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내는 일도 했다. 실학자 정약용은 그에게 '하늘 아래 최초의 세계인'이라는 뜻의 '천초'라는 호를 붙여주고 문순득의 구술을 바탕으로 <표해시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거기에 문순득의 경험이 당대 최고 실학자들의 국가 개혁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니,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그 경험이 가지는 파급력을 새삼 느끼게 했다.



1인 가구의 시대, 관련해서 두 개의 글이 연결되어 보인다. 철학, 현대 문명을 말하다에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수영 교수님의 《필연적 혼자의 시대》와, 세계 가 보고 싶은 곳들의 사회학 코너에서 '도쿄는 사람의 도시다, 그러나...'. 가장 붐비는 도시인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람이 혼자 죽는 도시 도쿄. 도쿄는1인 가구의 비율이 50%가 넘는다.(일본 전체 1인 가구 비율은 38%. 서울은 40%, 한국 전체는 36%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이유- 경제적 여건과 사회 변화로 인해 나타난 가족의 형태 -와 그 생애에 대한 고민이 앞의 글에서 나왔다면, 뒤의 글에서는 도쿄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그 속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러면서 조금은 쓸쓸하게 담아낸다. 고독사라는 개념을 전 세계에 처음으로 알린 도시. 홀로 살아가기에 최적화 되어 있지만 역설적으로 아무도 모르는 무연사회. 빽빽한 지하철에서 유리창에 얼굴이 눌린 사진을 담은 '도쿄 압축'(독일 사진 작가 마이클 울프의 작품)처럼 밀착되어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모르는 사회. 시대가 변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더라도 우울하고 외로운 미래가 되지 않기를. 앞서 나온 글에서 제시하는 1인 가구를 위한 제도적 장치, 가족을 둘러싼 새로운 철학과 상상력을 풀어내는 이들이 늘어나길.

외로움, 고독을 이야기 하니, 사람과의 관계의 범주 만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사물과 환경까지 '관계'의 범주에 넣어 사고하는 글이 눈에 다시 들어온다. 내 인생의 첫 디자인 수업 코너의 '포스트휴머니스트 디자이너, 관계를 디자인하라'. 또 관계라고 하니, 설득과 조작 사이, 정치 커뮤니케이션으르 다룬 정치의 설계자들 '에드워드 버네이스와 프랭크 룬츠'를 다룬 글, 함께 사는 사회에서 이제 가볍게 다룰 수 없는 기후 이야기 뻔하지 않은 기후변화 이야기에 나오는 '피케티 보고서'이야기- 기후 위기와 불평등은 연결되어 있고, 세계가 함께 걷는 부자 세금으로 기후 위기를 해쳐나가 '기후'와 '불평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이야기까지.

여기서 다 다루지 못했지만, 당장 고등학생에게 와닿는 입시와 관련된 조언을 아낌없이 나누는 임명선의 슬기로운 입시 생활, 새학기 특집으로 마련된 우리 학교로 놀러와 :한국외대 프랑스어학부 소개까지 평소에 생각지 못했던 지평까지 계속 확장할 수 있도록 현실을 보여주고, 질문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우리의 지금과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다양한 문학, 비문학 글들이 다양한 <고교 독서평설>.

교과와 관련한 시사를 접하고자하는 고등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고교 월간 잡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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