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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캣의 어느 날 ㅣ 팡 그래픽노블
엔히키 코제르 모레이라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4월
평점 :
*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미스터 캣의 어느 날 (글 없는 책)
2025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엔히키 코제르 모레이라 글, 그림
주니어RHK

자그마한 그림책에 그 보다 자그마한 고양이 사람. 이 사람의 이름이 '미스터 캣'인가 보다. 이 손바닥만한 책 표지에 있는 2025년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이란 표시가 오히려 엄청나게 커보인다.
그림책 부분에서 권위있는 상으로 여겨지는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이기에 더 관심이 갔던 그림책. 비가 내리고 난 뒤 촉촉한 공기를 머금은 길을 걸으며 오늘의 워킹 메이트로 《미스터 캣의 어느 날》과 함께 했다.
붉은 지붕의 단층 집.
책장을 펼치자 깨끗한 면지 위로 하늘인 듯 보이는 파랑 선 아래 자그마한 집이 보인다.
평화로운 어느 날, 의자에 앉아 책을 읽던 미스터 캣씨는, 차를 마시기 위해 주전자에 물을 담아 가스 불 위에 올려두고 잠시 산책을 나온다.
아주 잠깐. 곧 들어갈꺼야. 하는 생각이었겠지.
산책을 나온 그가 마주한 것은 우리가 면지에서 만났던 그 풍경. 자기의 집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횅한 풍경에, 미스터 캣은 변화를 주기 시작한다. 그가 손을 뻗은 곳에서 생명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미스터 캣이 가장 먼저 손가락을 뻗어 나타난 것은 노오란 작은 꽃. 마침, 길 가에 핀 노오란 씀바귀가 눈에 들어와 책과 같이 담아보았다. 작고 여린 생명체를 들여다 볼 때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미스터 캣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네.
이 세상이 창조 될 때도, 첫 인간인 아담이 만들어졌을 때도 혼자있는 것이 좋지 못해서 하와를 만드셨다고 하셨던 것이 미스터 캣의 모습을 보면서 떠올랐다. 꽃 하나 옆에 또 꽃들, 그렇게 가득 가득 채워진 미스터 캣의 앞마당.
그런데...가스 불 위에 올려 두었던 물 주전자는 어떻게 되었지?
부리나케 달려가는 미스터 캣. 그리고, 자신의 찻잔에 물을 부어 다시 고요한 시간을 보낸다. 아, 처음과 같은 고요는 아니다. 이제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좀 더 따뜻한 평화로움이라고 할까.
혼자일때도, 또 무엇가를 가득 채우며 왁자지껄한 것도, 또 다시 나 만의 공간에서, 또 그곳에 친구가 찾아와도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삶.
글 없는 책, 작가가 표현하고 자 하는 바를 독자로서 어느정도 파악했는지는 모르겠다.
'미스터 캣의 어느 날', 자신의 삶에 누군가와 함께하는 기쁨을 알게 된 날,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곁을 내어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미스터 캣을 보게된다.
삶을 살아간다는 건, 이렇게 미스터 캣이 보낸 어느 날의 모습처럼, 곁을 내어주는 것이 아닐까.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부문 스페셜 멘션 수상작, 글 없는 책 《미스터 캣의 어느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