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나무 I LOVE 그림책
발린트 자코 지음 / 보물창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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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나무 (글 없는 책)

발린트 자코

보물창고




나무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책을 볼 때면, 어김없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오르곤한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소년과 《토끼와 나무》와 같은 관계로 지냈더라면 서로 성장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텐데 싶을 만큼, 이 책에 등장하는 토끼와 나무는 서로를 생각해주고 아끼는, 이런 친구가 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하는 모습이었다.


동물의 세계는 냉정하다. 약한 짐승은 보다 강한 짐승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곤한다. 노랑, 회색 귀를 가진 토끼는 자기 토끼 무리와 함께 늑대에게 쫓기는 신세가되고만다. 혼자 무리에서 떨어져 달리고 있을 때, 한 나무를 보게되고 그 나무에 숨는다. 이제 잡히겠다 싶은 순간, 나무는 눈을 뜨고 자신의 가지와 잎으로 더 큰 늑대의 모습을 만들어 늑대를 쫓아낸 다음 토끼를 보호해준다. 


자신을 구해준 나무가 고맙고 소중하지만, 자신과 함께했던 토끼 무리를 보고싶은 건 어쩔 수 없는 마음이다. 나무는 볼 수 없고, 움직일 수 없기에 토끼 친구들을 찾을 수 없다고 하자, 토끼는 어디론가 떠나버린다.



나무를 두고 떠난 듯 했는데, 묘안을 가지고 돌아온 토끼! 그 묘안이란, 바로 바퀴 달린 수레였다. 움직일 수 없는 나무를 뿌리 째 수레에 싣고, 토끼는 무리를 찾는 여정을 떠난다.


어찌보면, 지극히 토끼의 입장에서 나무를 움직이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나무가 외롭다는 것을 보기 전에는 말이다.

홀로 성장하며 계절을 보내며 지내던 나무가, 늑대를 피해 온 토끼 편이 되어준 것은 본능적으로 자신과 함께할 친구를 얻고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토끼와 함께 수레에 오른 나무는 기존의 상식을 깨어버린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보고싶은 소년이 돌아오기까지 한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리며 자신의 전부를 내어주었지만, 《토끼와 나무》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내어준다. 함께 이동하며 토끼가 가는 길에 필요한 모습으로 변하며, 이윽고 토끼 무리를 만났을 때는 자신의 잎을 먹이로, 자신의 나무 그늘 아래 땅을 그들의 집으로 삼게해준다. 

나무의 일방적인 사랑이었을까? 토끼와함께 정착한 곳에 다시 뿌리를 내리고 심기워져 수 많은 어린 나무들을 퍼트리며 숲을 이룬 장면을 보자니, 나무가 더이상 외롭지 않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고 또 주며 고마움으로 주고받은 마음은 더 풍성히 돌아와 나무와 토끼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 주었을거다.


제법 두꺼운 책이지만, 글 대신 파스텔톤의 풍성한 그림으로 내용을 담아간 현대판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이야기, 《토끼와 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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