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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따지는 변호사 -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 이야기
이재훈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그림 따지는 변호사
이재훈 교수의 예술 속 법률이야기
이재훈 지음
예미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듯 하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첫 날을 맞이하는 시간.
예술작품을 감상하는데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을 만났다. 변호사가 법적으로 따져가며 그림을 들여다보면 어떻게 해석될까?
《아츠앤컬쳐》에 13년간 연재된 '이재훈의 예술 속 법률이야기' 속 130여 편의 칼럼 중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주제를 골라 크게 5가지 주제로 25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법의 관점에서 이야기한 것을 묶은 책이 이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이다.
일상생활과 법, 지식재산과 법, 아이들과 법, 동물과 법, 사건사고와 법의 범주로 풀어가는 그림이야기는 사뭇 새롭게 다가왔다.
우리에게 소설과 영화로 친근해진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의 베르메르의 그림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림을 보며 몽환적인 눈빛, 검은 배경에 도드라지는 인물과 커다란 진주귀걸이를 보며 소설과 영화로 풀어낸 이야기를 떠올렸지, 한번도 '저 진주가 귀금속일까?'하는 생각은 가져본 적이 없었다. 저자가 던진 '진주는 귀금속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귀금속? 보석? 진주? 에 대한 생각으로 생각의 물꼬를 틀게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귀금속과 진주에 대한 정의, '개별소비세법'에서 이야기하는 세금에 대한 부분까지 접하게 되었다.
프랑스의 화가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여인>(1897)은 한 번 쯤 본 적이 있을테다. 까만 피부에 붉은 머리카락 손에는 지팡이를 든 잠이든 여인. 만돌린과 물병을 옆에 두고 사막의 밤, 둥근 달이 뜬 배경안에, 누운 집시여인 곁에 사자로 보이는 동물이 가까이 있는 그림. 당시에는 별 호응을 받지 못한 그림이지만, 단순한 형태와 상상의 공간, 야수적이고도 기이한 분위기는 후에 피카소를 비롯한 많은 모더니즘 미술계열의 화가들로 부터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 그림, 집시라고 불리는 여인은 도대체 누구인가? 떠돌아 다니는 이들이라고 들었는데, 그럼 이들의 국적은? 이들이 한국에 있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우리나라에서 1962년 5월 부터 제정 공포되어 시행되고 있는 '주민등록법'에 의하면, 모든 주민은 해당 관할구역안에 30일 이상 거주할 목적으로 거주지를 가지는 경우 전입한 날로부터 14일 이내 등록해야 한다. 이는 집시라도 마찬가지라는 것! 물론, 세계적으로 집시들이 살고 있지 않는 나라는 그린란드, 일본, 한국 뿐이라고 하지만, 집시가 존재하게 된다면 특유한 생활패턴을 어느정도 보호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지식재산과 법 범주에서는 익숙하지만 또 볼 때마다 신기한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그림을 만날 수 있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드는 세계', '아르침볼도와 초상권'이란 제목으로 말이다.
작품에 대한 새로운 관점, 화가와 그림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을 바탕으로 그림속 상황을 법을 적용해서 들여다보며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책. 일상생활에서 법을 생각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는데, 예술작품과 법을 연결해 봄으로써 생각보다 우리 생활과 법이 밀접하게 맞닿아있다는 것을 다시 보게된 책 《그림 따지는 변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