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 흔들리는 인생을 감싸줄 일흔일곱 번의 명시 수업
장석주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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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장석주

포레스트북스

가을이다. 가을인가 싶다가 겨울이 성큼 느껴지는 날씨에 옷을 여미는 시기. 여물어가는 대추를 보며 시를 떠올린다. 대추 한 알. 그 '대추 한 알'의 시인, 장석주 시인이 엮은 일흔 일곱번의 명시수업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을 손에 들었다. 


흔들리는 인생을  감싸줄 일흔일곱 번의 명시 수업. 제목도 그렇지만, 부제조차 겨울을 마주하며 옷을 여미듯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주는듯 하다.



슬픔이 나를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

쓸데없는 근심이 나의 날들을 흔들고 삼키도록 지켜보기만 하지 않을 테다. 무엇보다도 책과 연인의 키스, 풀밭의 향기를 가슴에 품고 살리라...(p.28)


시인이 시를 소개하면서 덧붙인 감상이랄까. 시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풀어놓는 뒷장의 글들이 있어 좋았다. 시에 대한 해설도 있었고, 시인에 관한 설명도 있고, 저자인 장석주시인의 감상을 통해 시를 더 친근히 느낄 수 있었다.


시는 심상한 것의 심상치 않은 발견이다.

아무 발견도 머금지 못한 시라면

밋밋하고 무의미한 말의 무더기일 테다.

무심히 지나치는 익숙한 것에서

낯선 사유를 끄집어내는 게 시인이다.


엄선하고 엄선한 시 중에는 익숙한 시도 있고 처음접한 시들도 보였다. 그 중 우리가 연결되어있음, 나와 너, 세계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상호 연결되어 있음을 깨우쳐주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엄숙한 시간>이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가 울고 웃고 걷는 것이 나와 관계있음을, 또 죽음을 맞이하는 이의 시선이 내게 향해 있다는 걸 생각하면 허투루 살 수 없으리.


한 번에 다 읽는 것도 좋지만, 옆에 두고 시를 한 편 한 편 곱씹으면서 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든 책. 물론, 다음 시가 궁금해서 어느새 다음 장을 넘기는 자신을 마주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시를 통해 일상  속 멈춰 있던 감각과 생각이 새롭게 물들어 가는 시간. 장석주 시인의 일흔일곱 번의 명시수업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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