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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탐험의 영웅 톰 크린 ㅣ I LOVE 그림책
제니퍼 썸즈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10월
평점 :
남극 탐험의 영웅 톰 크린
남극 탐험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어니스트 섀클턴이 아닌가 생각했다. 배 이름을 딴 책 《인듀어런스》를 먼저 보았던 기억때문일까, 세계 최초 남극대륙 횡단에 나선 영국의 탐험가 탐험대장 어니스트 섀클턴, 그리고 탐험대원이었던 톰 크린. 그래서인지 '톰 크린'이란 이름은 내 기억에 선명히 각인되어있지 않은 이름이었다. 인듀어런스 책에 등장하는 27명의 대원들 사진을 펼쳐보니, 거기에 톰 크린이란 이름이 보였다.
p.27 '아일랜드 거인'. 2등 항해사 크린은 섀클턴의 인듀어런스호를 타기 전에 테라노바 호와 디스커버리 호를 타고 스콧의 남극탐험에 참여했다.
《인듀어런스》 2003 뜨인돌
이분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에, 탐험 대장아닌 대원으로서 '남극 탐험의 영웅'이란 이름으로 책까지 나온 걸까. 《남극 탐험의 영웅 톰 크린》 그림책으로 만나게 된 남극 탐험가의 이야기는 어쩌면, 진짜 탐험가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펼쳐보게 되었다.
아일랜드 서부 해안의 농가에서 태어난 톰 크린. 영국 해군에 입대해 뉴질랜드 항구에 있을 때, 남극으로 떠나는 디스커버리 호 대원 한명이 급히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스콧 대장의 배에 합류한 것이 톰 크린의 남극 모험의 시작이었다.
반쯤 녹은 빙하가 쪼개져 바다로 흘러 들어가기도 하고, 동상에 걸려 자줏빛이 된 동료의 언 발을 녹여주기도 하고, 빙하가 갈라진 크레바스를 보기도 하며 힘든 나날이었지만, 그래도 숨이 멎을 만큼 멋진 얼음을 본 톰 크린. 겨울동안 꽁꽁 언 얼음때문에 배가 갇히고 배를 포기하고 떠나야 할 상황도 있었지만, 얼음이 녹자 배는 다시 움직였고 이후 톰은 스콧대장의 두 번째 남극탐험인 테라노바호에도 함께하게 된다.
남극점을 노르웨이 아문센보다 먼저 정복하기 위해 서두른 스콧대장. 데리고 간 조랑말은 남극 상황에 맞지 않고 천막 밑의 얼음이 갈라져 썰매와 조랑말을 잃기도 하며 남극점을 향해 떠날 준비를 한다. 남극점을 241킬로미터 남겨두고, 스콧대장은 대원 네 명과 함께 남극점으로 향하고, 톰은 테드 에번스 대위와 빌 레슬리와 함께 베이스캠프로 돌아가는 길, 비타민c 부족으로 괴혈병에 걸린 에번스로 인해 더이상 이동할 수 없던 대원들을 두고, 톰은 홀로 가장 가까운 오두막에 도움을 청하러 가기로 한다. 다행히 늦지않게 18시간만에 오두막을 발견, 다른 두 명을 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남극점으로 향한 스콧과 다른 대원들은 돌아오지 않고... 봄이 되어 수색대가 발견한 스콧 대장의 텐트에서 스콧 대장과 두명의 대원이 꽁꽁 얼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아문센이 남극점을 다녀간 뒤에 남극점에 도착한 스콧은 돌아오다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영국으로 돌아온 톰은 앨버트 메달을 받고, 1년 뒤, 어니스트 섀클턴 대장과 함께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다시 남극으로 향한다.
두꺼운 얼음, 항로와 상관없는 곳으로 이동하는 인듀어런스호. 대원들은 배를 버리고 작은 구명정을 띄워 엘리펀트섬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 곳은 배가 다니지 않는 곳. 지구상 가장 사나운 바다를 건너 사우스 조지아섬에 가 도움을 요청할 대원 다섯을 뽑고, 그 속에 톰도 속하게 된다. 그 험난한 여정, 작은 배를 타고 서로를 의지하며 겨우 다다른 사우스조지아섬. 하지만 타고온 제임스 케어드호가 떠내려가고 다시 빙하 산맥을 걸어 넘어가야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황! 영화보다 더 긴장된 시간이 실제로 펼쳐졌던 상황이라는 것, 그리고 그 역경을 거쳐 고래잡이들이 있는 곳까지 다다르고, 인듀어런스의 다른 대원들이 기다리고 있는 엘리펀트 섬으로 돌아와 구조하기까지 여정이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남극점을 발견하고 남극대륙을 횡단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 못지않게 대원들을 살리고, 살리기위해 온 힘을 다 한 톰 크린과 같은 대원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구나 싶었다. 생명보다 더 귀한 것이 있을까. 드러나는 것은 세계 최초, 처음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업적일지 몰라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팀원들의 이런 노력이 참으로 귀하게 여겨지는 순간이었다.
톰은 이후 해군으로 더 일하며 퇴역한 뒤에는 아일랜드 고향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자신의 남극 탐험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동료들은 그가 용감하게 해냈던 생명 구조활동을 잊지 않았다. 그의 동료들과 후대 사람들이 그 남극 탐험의 영웅시대를 떠올리며 숨은 영웅인 톰 크린을 찾아내 이렇게 회고하며 글을 남기는 것만 봐도 말이다. 남극 빅토리아랜드의 크린산과 사우스조지아의 크린 빙하는 그의 이름을 기념하여 지어진 이름!
탐험 대장처럼 앞에서 크게 주목받지 않았기에 몰랐지만 톰 크린과 같은 이들이 있었기에 탐험대가 서로를 의지하며 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 다시 보게 해 준 책, 그리고 그의 여정을 통해 남극 탐험의 모습을 그림책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 책 《남극 탐험의 영웅 톰 크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