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 -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한성희 지음 / 메이븐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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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한성희 지음

메이븐


 

눈이 내린다.

눈 덮인 세상은 온통 고요하다. 소란스런 모든 것을 감싸 안은 세상은 하얀 빛. 내 안에도 이런 눈이 내렸으면.

내 인생이 벌써 사십을 넘어서고 있다. (사실, 나이 계수방식이 만 나이로 바뀌면서 내 나이가 몇년째 사십에 맴도는 것 같다.) 아이들은 청소년기로 접어들고, 나는 중년의 나이로 접어드는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나, 부쩍 큰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하나 내 안의 소란스러움에 분주하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조언이 간절한 시기.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 이 책 제목이 마음에 와 닿았다. 엄마가 딸에게 친필로 써 보낸 편지 첫 문장 같아서 말이다.

저자가 지나온 자신의 '중년의 위기'를 회상하며 딸에게 건네는 조언이라서 그런가, 글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삶이 내 통제를 벗어나 있다는 생각, 주변 사람들이 나를 쥐고 뒤흔드는 느낌. '나'라는 배에 올라탄 사공이 너무 많아 배가 산으로 갈 것만 같다는 것. 정말 이런 표현이 딱이다 싶었다. 홀로 훌쩍 떠나고 싶었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생각의 전환을 일으킨 것은 이 표현이었다.

'인생의 과제가 달라졌다는 사실을. 나 하나만 잘 돌봐도 괜찮았던 젊은 시절을 지나, 이제는 다른 사람을 돌보고 그들에게 베풀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인정하게 된 거야. ... 내 배 위에 함부로 타지 말라고 그들을 다그칠 게 아니라, 배를 더 크게 만들어야 할 때였다.' (p.19,20)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나로 탈바꿈하는 과정은 힘들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라고, 이를 피하려다간 더 큰 부작용에 시달리게 된다는 이야기. 책임과 의무는 너를 무너뜨리지 못한다. 오히려 너를 더 크고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까지.

꼭 해주고 싶은 말이지만, 말로서는 다 담기 어려운 마음을 한자 한자 꾹꾹 눌러쓴 편지를 받는 기분이었다. 내가 요즘 어떤 마음일지 다 아는 누군가로 부터 받는 편지 말이다.

요즘 40대의 현실을 보게하는 글부터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찾는 행복과 성취가 아니라, 나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한 것에 집중하며 후회하기 보다 지금 여기를 누리며 사는 삶, 그런 삶의 태도. 앞에서도 인상적인 부분을 글로 남겼지만, 중요한 것은 나의 마음가짐, 생각이다 싶었다. 세상이 보통 이 나이대에는 이렇고 저러하다는 통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진취적으로 나갈 수 있는 부분까지 스스로 제동을 건 것은 아닐까.

정신분석가로서 저자가 만나보고 경험한 관계 가운데서 얻게 된 통찰을 지면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마흔으로 대표되는 중년을 지나는 여성들에게 모두의 상황이 다르겠지만, 그 상황 가운데 삶이 버겁다고 느껴지는 이들에게 잔잔하면서 단단한 권면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책 《벌써 마흔이 된 딸에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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