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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안 ㅣ 푸른도서관 86
이근정 지음 / 푸른책들 / 2023년 12월
평점 :
내 안의 안_이근정 청소년시집
푸른책들

아이들이 자란다.
뽀얗기만 했던 얼굴이었는데, 거뭇거뭇 수염이 맨들한 얼굴에 자리잡고, '나 사춘기요~'하며 여드름이 나기 시작한다. 발도 키도 엄마보다 껑충 큰 건 벌써오래. 아이가 크면서 엄마도 같이 자란다. 청소년시를 보며 울컥하는건 뭐지.
시 속에 내 아이가 보이고 아이의 친구들이 보이고 그 마음이 들린다.

첫 장의 시 부터 마음이 찡하다.
똥 밟고 은행밟아 냄새나고 재수없는 일을 만나 툴툴거리고 마음이 무너 질 그 상황에서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오늘 있었던 모든 일들/ 흰 눈처럼 포옥 끌어안고도/ 콧등 하나 꿈쩍하지 않을 그런 날이// 분명히 // 그런 내일이 올 거야//
그래.
1월 새해다.
양 발이 진창에 빠진 날이라도
어쩌면, 아니, 분명히
좋은 일이 생기는 내일이 온다고.

이 시집의 표제작인 <내 안의 안>
마음 깊이 외로움의 나무를 키우는 아이의 외침같았다. 나조차 찾지못하는 나의 진심을 봐 달라고. 숨바꼭질을 하는 것처럼, 그렇게 찾아 주기만 한다면 내 마음 전부를 줄 수 있다고.
봄 철의 소나무, 그 키 큰 소나무도 여린 새잎을 낸다. 옆으로 자라는 법을 모를 뿐, 여린 마음이 없는건 아닌데. 오늘, 내가 같이 숨바꼭질을 할 아이는 누굴까. 그림책《알사탕》에서 동동이 입 속에 알사탕이 녹을 때 들렸던 속마음의 대상을 찾듯이...

<눈썹> 이 시를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와 아이 친구들이 생각나서.
...
작은 아가 새/ 바람 좀 막아 줄까/이번엔 둥지 틈에 대롱대롱/ 하얀 손에 힘 꼭 주고 매달려 보네./ 제 몸 하나 못 가누면서도.
엄마 손을 떠나, 여전히 제 몸 하나 못 가누는 아이로 보이는데, 친구들을 챙긴다고 전화를건다. 수업 신청을 하라고, 내일 어디서 모이는지 잊진 않았는지 아이 친구로 부터 전화가 온다. '너나 잘 챙기지' 싶은 생각에 그 모습에 설핏 웃음이 나면서도, 다른 이를 챙겨주는 것도 알고 이렇게 컸나 싶어 대견하고 고맙다.
그렇게, 시와 대화하며 청소년시집을 본다.
청소년아이들의 일상을 보며 ㅡ그래, 그렇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지냈구나.
고민과 사색이 담긴 글을 보며 나의 그 때를 떠올려보고,
나보다 훨씬 더 잘 커주고 또 그렇게 커갈 아이들의 내일을 같이 응원하면서 말이다.
아이들이 직접 보면 더 좋겠지? 자기도 모르는, 어쩌면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그 마음을 시 가운데서 찾을지도 모르니까.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내일로 한 걸음 더 걷게 하니까.
시는 그런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