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전유성 지음 / 허클베리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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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전유성

허클베리북스


 

'심심하십니까?'

첫 장을 펼치고 깜짝놀랐다.

면지에 저자의 친필 싸인 ㅡ비록 인쇄된 싸인이긴 했지만ㅡ으로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게 아닌가?

저자는 전유성, 맞다. 우리가 아는 개그맨. 개그맨이란 말을 처음 쓴, 54년차 현역 개그맨이다. 평소에 이 분을 잘 알고있었냐면 난 잘 모르는 축에 속했다. 얼마 전, 책을 둘러 보다가 '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이란 제목에 이끌려 펼치게 되었고, 띠지에 나온 가수 양희은님의 말처럼 "오랜만에 낄낄대며 단숨에 읽었다". 낄낄거림과 동시에 핵심을 찌르는 말도 하나씩 마주치며 말이다.

 

생각해보면

호기심은

나를 살게 해왔던 힘이다.

남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물음표를 붙이는 일이 즐겁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어슬렁거린다.

마치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전유성 p.11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 한마디가 얼마나 무례한지, 또 얼마나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새롭게 보게 되는지.

남들이 생각지 못한 기발한 생각을 현실로 이뤄내는 추진력도 대단해보였다.

청도로, 경주로, 남원으로 거처를 옮겨 삶을 사는 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거기서 폐교회를 개조해 카페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내어주기도 하고, 개나 소나 오는 콘서트ㅡ반려견과 함께하는 콘서트ㅡ를 만들기도 하고, 아이들이 떠들어도 화내지 않는 음악회를 기획하기도 하고. 더욱 심야 극장과 심야 볼링장의 시초가 이 분의 발상에서 나왔다니. 한 사람의 발상의 전환으로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책을 읽고 있으면서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길눈 어두운 사람을 일컬어 길치라 하듯 자신은 삶치라는 이.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발걸음 닿는 모든 곳이 새롭게 보이듯 이 분이 세상을 대하는 방식이 그러한 듯 보였다. 익숙해질법한 세상살이를 책 제목처럼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보고, 왜 그런지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방향은 없는지 고찰하는 삶.

그렇게 지금보다 더 나은 새로운 세상을 그리는 사람인가 싶다가도 지난 추억을 기억속에 고이 간직하고 하나 씩 풀어내며 깊은 그리움을 끌어안은 사람.

심심하십니까?

처음에 만난 뜻밖의 질문에 대한 답이 에필로그에 나온다. 심심하니까 공상하고 착각하고...잡답같은 이야기들을 모아 심심한 분들이 심심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여기 담았다 하시네. 심심하므로 심심하지 않다고, 이 시간들에 감사를 전하며 책을 마무리하신다.

그 감사에 나도 숟가락을 얹어본다. 작가님의 그 심심한 시간 덕분에 이 이야기를 듣게 되었으니.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했던 것들이 누군가의 생각으로 변해왔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으며 내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결코 별일없는 것이 아님을 살짝 들춰보게 했던 책. 개그맨 전유성님의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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