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만두 열림원어린이 동시집 시리즈
김유석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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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만두 _김유석 동시집

열림원어린이


 

중학생이면 다냐?

시집을 펼치자 대뜸 말은 거는 동시집에 한 방 먹었다. (이 문장은 <외계인이 나타났다> 동시 속에서 또 만나게 된다.)

이 말은 시인이 설형이에게 ㅡ설형이로 대표되는 독자들에게 ㅡ 진짜 하고 싶은 말로 이어진다.

'그냥 느껴 봐'

글씨와 그림으로 만든 종이 거울 속 이야기를

생각보다는 가슴으로 먼저 느껴보라고.

생각을 많이해서 너무 빨리 어른이 되기 보다

가슴으로 먼저 느낀다면 어른들의 세상도 거울 속처럼 아름다워질 거라고.

 

표제작인 '왕만두'가 가장 먼저 등장한다.

왕만두

김유석

뭔가를 꾹 참고 있는

엄마 얼굴

퉁퉁 불다가

기어이 속이 터진다

뜨거운 엄마를

호호 불 틈이 없다

뜨겁거나 말거나

그럴 땐

고개 푹 숙이고

우물우물 삼켜야 한다


뭔가에 대해 화를 참고있는 엄마 얼굴을

왕만두로 표현했다. '퉁퉁 불다가 기어이 속이 터진' 엄마. 그때의 현명한 대처법은 '고개를 푹 숙이고 우물 우물 삼켜야 한다'는 것. 아이들의 눈에 엄마가 '폭발'하면 이렇게 보일까. 이런 통찰과 해법을 익힌것도 놀랍지만, 먼저는 만두가 터지지않게 했어야지! 하고 말하고 싶어지는 동시였다.

 

자연을 소재로 삼아 친구를 떠올리고 가족을 생각하는 동시들이 많았다. 늘 그렇듯, 동시는 익숙한 것에 감탄하게하는 요소들이 가득 담겨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하고 여기게 되는 것들 말이다.

여러 동시가 기발하고 멋졌지만, 그 중에 이 동시를 옮겨보고 싶다. 제목은 <이상한 내기>.

이상한 내기

김유석

맨날 웃기만 하는 염소 두 마리가

뿔을 맞대고 심술 난 표정을 짓고 있다

누구 힘이 셀까 겨루는 줄 알지만

누가 더 오래 웃음을 참나 내기하는 거다

뿔에 힘을 주고 웃음을 참고 있는 거다

먼저 웃는 염소가 지는 거다

진 염소의 수염이 더 길고 멋있다


지는게 더 멋있는 모습은 잘 없는데, 이 내기는 정말 그런것같다. 아니, 이 상황 자체가 따스한 분위기를 뿜고 있다. 서로 힘겨루기를 하며 내가 더 세고, 힘센 것이 멋있다고 하는 사회에서 정말 멋진 것이 뭔지 생각하게한다.

당연한건데 당연한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 시대속에서 자연을 보며 질문을 던지고 서사를 풀어내고 이야기를 듣는 동시.

김유석의 동시집 《왕만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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