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구멍 열림원어린이 동시집 시리즈
이창숙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쥐구멍 _ 이창숙 동시집

열림원어린이


 

'쥐구멍'

노오란 색의 표지, 가운데 '걔는 너 진짜 좋은 친구라는데?'라는 말풍선이 있는 시집,

이창숙 시인의 동시집이라는 것과 2023년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이라는 걸 알기 전에

이 시 부터 보게 되었다.

쥐 구멍

이창숙

다른 학교 다니는 학원 친구가

김민호 아느냐고 물어보기에

우리 반 애라고 말했다

공부도 못하고,

행동도 느리고,

존재감 없는 애라고,

그런데 학원 친구가 말했다

걔가 너 진짜 좋은 친구라고 하더라!


와~

정말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겠네!

웃픈 이야기. 실제로 있었음직한 사건같으면서, 누군가를 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 생각하게 하는 동시였다.

이창숙 시인의 시는 이번에 접하게 되었는데,

동시라고 아이들만 읽기에는 어른인 부모세대에게 주는 울림이 적지 않게 느껴졌다.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편견없는 이야기는 물론,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의 시들도 같이 보였다.



 

 

<고만례 할머니와 놋양푼 아줌마> 시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았다. 이 시가 이 동시집에 처음 실린 건 아니었나보다. 나보다 먼저 이 시를 접했던 이들이 《전봇대는 혼자다/사계절》라는 제1회전국 동시인대회를 기념하는 시선집에서 에서 먼저 만났다고 이야기한다. 그 책이 2015년에 발간된 것이었으니, 이번에 이 시집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언제 이 동시를 만날 수 있었을까. 그 많은 동시중에 또 같은 시를 이야기 한다는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만큼, 같은 울림을 주었다는 이야기였겠지.


 

도서관에서 한 아이가 다람쥐를 접는 모습을 보고, 마침 손에 들고 있던 동시집을 펼쳐서 동시를 읊어주었다. <힘센 아기 다람쥐>. 네가 만든 그 다람쥐 이야기가 여기 동시에 나와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 아이가 사슴도 종이접기로 만들고 있었는데, 사슴 시는 없냐고 했다. 아. 조금만 더 같이 머물렀더면 사슴시도 찾아줬을텐데. 사슴새끼의 눈물냄새를 어미 사슴은 멀리서도 맡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눈물 냄새>를 보여줬을 텐데. 생쥐, 고양이, 감자시도 있고, 청둥오리 시도 있다는 걸 이야기 해줬을 텐데. 주변에서 보는 자연도, 학교에서 집에서 일어나는 웃긴 일들도, 뉴스에서 보는 이야기도 슬픈 마음도 기쁜 마음도 담을 수 있는 동시집이 여기 있다고 하나씩 같이 다 보여줬을텐데.

동시 하나 하나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가 시가 되는 것을

아이와 함께 즐겁게, 또 혼자서 묵묵히 생각할 수 있는 이창숙 시인의 동시집. 《쥐구멍》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