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열림원 세계문학 1
헤르만 헤세 지음, 김연신 옮김 / 열림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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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김연신 옮김

열림원


 

 

"새는 힘들게 싸워 알을 깨고 나온다.

그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부숴야만 한다."

(p.146)

여기까지 아주 유명한 문구이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준 쪽지에 쓰여있던 말. 《데미안》을 읽지 않아도 한 번쯤은 들어보았던 문구.

멋있는 말이라 생각했다. 문장만으로도 여러 생각을 하게하는 글이었다. 유년시절 부모님의 세계에서 보호받으며 자라던 그 시기를 지나 한 개인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온하게 주어진 틀을 깨뜨리고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 성장소설이라면 의례 그렇듯 위기를 극복하는 소년의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런데, 저 유명한 문구의 완성된 문단은 저것이 끝이 아니었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열 살의 싱클레어가 자신의 거짓말로인해 프란츠 크로머에게 약점을 잡혀 그의 휘파람 소리만으로도 두려움에 떨며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갈 때, 밝음과 옳음의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양분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어둠에 속해감을 느낄 때 그 속에서 그를 구원한 건 막스 데미안이었다. 크로머의 괴롭힘이 끝나고 이젠 밝음과 옳음의 세계, 아버지로 부터 보호받는 유년의 그 시절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도 않았다. 데미안으로 부터 들은 카인에 대한 새로운 해석ㅡ 카인의 표시가 우월성의 표시라는 것 ㅡ 을 듣고 생각하며, 그 이후 진학을 하고 보편적인 부모의 시선에서 일탈과 다시 정상의 범주를 넘나들며 완전히 자기 속으로, 세상의 반 쪽들,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에 대한 생각을 하게된다.

자신이 속한 세계를 깨뜨리고 나온 새.

그 새가 향하는 신, 아브락사스.

아브락사스는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통합시키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을 더 구체화 시켜주었던 피스토리우스와의 만남.

"우리 내면의 영혼이 바라는 것이라면 아무것도 금지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한다면 그 형상 속에서 우리는 자신 속에 있는 뭔가를 미워하는 거. 우리 자신 속에 있지 않은 것, 그건 우리를 자극하지 않아요."

(p.179,180. 피스토리우스 曰)

세상은 여전히 선함과 악함이 공존하고 있다.

그 선함과 악함을 구분하고 기준으로 삼은 것이 있다는 것 자체가 선한 신의 뜻이 존재한다는 반론이 아닐까. 선과 악을 모두 담고있는 신, 어쩌면 이것은 종교에대한 이야기라기 보다 자기 내면에 대한 이야기인듯 하다. 거북이처럼 완전히 자기 속으로 기어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데미안의 말이 다시 떠오르는 건 우연일까.

열 살 아이가 열 여덟이 되고 대학생이되고 전쟁의 한 가운데 들어가고, 수 많은 이들을 만나고 그들이 인도자가 되거나 아니면 하나의 길로서 작용하는 가운데 다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는 것. 자신의 운명을 따른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구원자이자 인도자였던 '데미안'이 자신 안에 들어와 어느덧 자신이 그를 닮아있다는 것을 보는 것으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기존의 세계관에서 새로운 해석과 상징, 통합적인 세계관, 성장소설이면서 마지막 전쟁이야기로 문명비판 시대소설로 메시지를 던지는 헤세의 《데미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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