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고 사각사각 그림책 48
알렉시스 디컨 지음, 비비안 슈바르츠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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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

알렉시스 디컨 글, 비비안 슈바르츠 그림, 노은정 옮김

비룡소

 


 

 

철학가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에서 라틴어 단어인 ‘고로, 그러므로’에 해당되는 ‘ergo’에서 파생된 제목의 그림책 《에르고》

자연의 섭리를 보여주면서,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귀여운 그림책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귀여운 표지 그림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림책!

그래서, 책장을 넘겨봐라~는 말이 굳이 필요가 없던 책이었어요.

 

감았던 눈을 뜬 '에르고'는 맨 처음 자기 발가락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지요.

이 시선과 움직임, 익숙한데?싶은 분들이 있다면, 분명 어린 아기를 자세히 본 분 이실거에요! 뒤집지도 못하는 어린 아이가 자기 손을 들고서 한참을 바라보는 모습이나, 자기 발가락을 높이 들고 입으로 가져가는(!)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아이가 말로 표현을 했다면, 이 에르고 처럼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 자신이 보는 것이 전부라고 여기는 생각, 이 생각에서 '내가 곧 세상이고 세상이 곧 나구나!'하고 표현한다는 것이 놀라우면서, 이것이 전부가 아님을 아는 독자로서는 이 말이 곧 바뀌겠구나 하는 것도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이 뒤흔들리고 자기 세계가 깨어지는 경험, 하지만 비로서 그 때야 '진짜 세상'에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그 때가 '에르고'에겐 언제 다가올까요?


 

자기가 내는 소리와 울림만 느끼다가, 바깥에서 들리는 새로운 소리, 움직임을 느낀 에르고는 또 생각합니다.

'뭔가 다른 게 또 있구나!'

'세상에 나 하나뿐이 아니었어!'

이렇게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해보였습니다. 우린, 우리 세상에 갇혀 나 말고 다른 이들을 인정해주지 않으려는 모습을 종종 보이곤 하잖아요. 그런데, 이제껏 자기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에르고'의 모습이란! 진정 성장의 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줄탁동시

병아리가 알에서 깨려면 안에서 병아리가 껍질을 쪼고, 밖에서 어미닭이 껍질을 쪼며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것을 말하지요. 에르고가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자신의 작은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밖에서 들리는 소리, 그 외부 환경을 느끼며 자신의 알을 깨치고 나왔을 때 에르고는 자신이 생각했던 그 이상의 세상을 만납니다. 진짜 에르고의 세상을 말이지요!

한 알의 부화의 과정을 다루면서, 알이 알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고 있을지 또 알을 깨고 나오는 동기와 그 이후 모습들을 철학적인 글과 귀여운 그림으로 담아낸 어린이 철학 그림책. 어린 아이가 펼쳐도 보기 쉬운 그림이지만, 청소년 아이들과 함께 보며 내가 생각하던 세상에서 그 틀을 깨고 나오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갈 수 있겠다 싶었던 그림책, 《에르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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