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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 ㅣ 사각사각 그림책 48
알렉시스 디컨 지음, 비비안 슈바르츠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23년 1월
평점 :
에르고
알렉시스 디컨 글, 비비안 슈바르츠 그림, 노은정 옮김
비룡소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a/p/aprudent/temp/IMG_1_245.jpg)
철학가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언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에서 라틴어 단어인 ‘고로, 그러므로’에 해당되는 ‘ergo’에서 파생된 제목의 그림책 《에르고》
자연의 섭리를 보여주면서, 철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귀여운 그림책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귀여운 표지 그림이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림책!
그래서, 책장을 넘겨봐라~는 말이 굳이 필요가 없던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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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았던 눈을 뜬 '에르고'는 맨 처음 자기 발가락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지요.
이 시선과 움직임, 익숙한데?싶은 분들이 있다면, 분명 어린 아기를 자세히 본 분 이실거에요! 뒤집지도 못하는 어린 아이가 자기 손을 들고서 한참을 바라보는 모습이나, 자기 발가락을 높이 들고 입으로 가져가는(!)모습이 떠오르지 않나요? 아이가 말로 표현을 했다면, 이 에르고 처럼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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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a/p/aprudent/temp/IMG_3_194.jpg)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곳이, 자신이 보는 것이 전부라고 여기는 생각, 이 생각에서 '내가 곧 세상이고 세상이 곧 나구나!'하고 표현한다는 것이 놀라우면서, 이것이 전부가 아님을 아는 독자로서는 이 말이 곧 바뀌겠구나 하는 것도 생각하게 됩니다. 세상이 뒤흔들리고 자기 세계가 깨어지는 경험, 하지만 비로서 그 때야 '진짜 세상'에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는 그 때가 '에르고'에겐 언제 다가올까요?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a/p/aprudent/temp/IMG_4_145.jpg)
자기가 내는 소리와 울림만 느끼다가, 바깥에서 들리는 새로운 소리, 움직임을 느낀 에르고는 또 생각합니다.
'뭔가 다른 게 또 있구나!'
'세상에 나 하나뿐이 아니었어!'
이렇게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해보였습니다. 우린, 우리 세상에 갇혀 나 말고 다른 이들을 인정해주지 않으려는 모습을 종종 보이곤 하잖아요. 그런데, 이제껏 자기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에르고'의 모습이란! 진정 성장의 걸음을 내딛을 준비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a/p/aprudent/temp/IMG_5_87.jpg)
줄탁동시
병아리가 알에서 깨려면 안에서 병아리가 껍질을 쪼고, 밖에서 어미닭이 껍질을 쪼며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것을 말하지요. 에르고가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자신의 작은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밖에서 들리는 소리, 그 외부 환경을 느끼며 자신의 알을 깨치고 나왔을 때 에르고는 자신이 생각했던 그 이상의 세상을 만납니다. 진짜 에르고의 세상을 말이지요!
한 알의 부화의 과정을 다루면서, 알이 알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고 있을지 또 알을 깨고 나오는 동기와 그 이후 모습들을 철학적인 글과 귀여운 그림으로 담아낸 어린이 철학 그림책. 어린 아이가 펼쳐도 보기 쉬운 그림이지만, 청소년 아이들과 함께 보며 내가 생각하던 세상에서 그 틀을 깨고 나오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갈 수 있겠다 싶었던 그림책, 《에르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