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흩어질 때 - 2021 월터 상 수상작 Wow 그래픽노블
빅토리아 제이미슨.오마르 모하메드 지음,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래픽노블) 별들이 흩어질 때

빅토리아 제이미슨, 오마르 모하메드 지음, 전하림 옮김

보물창고



 

사실을 사실대로 전하면서 사람들이 그 목소리를 듣고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 허구를 사실처럼 들려주는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과장해서 말하면 현실이 아니라고 할 것이고, 밋밋하게 전한다면 제목만 훑고가는 기사처럼 그렇게 넘어가기 쉬우니까요.

난민에 관한 이야기. 시리아나 소말리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또 동남아시아에서 일어나는 먼나라 이야기로 여기던 그 이야기가 이제 먼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오기 시작한지 벌써 몇 해가 지났습니다. 이번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압둘라자크 구르나도 난민 출신으로 그가 경험한 이야기를 소설로 펼친 것이었지요.

난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과 소설들이 한 두 편씩 눈에 들어오던 중 그래픽노블 《별들이 흩어질 때》를 보게 되었습니다. 책 소개를 보기 전 까지는 이 책이 난민에 관한이야기인지, 또 저자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담아낸 실제 이야기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소말리아 내전을 듣기는 했어도 그 여파가 실제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집과 나라를 떠나 생존을 위해 '난민'이 되어야 하는 상황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었지요.

그래픽노블 《롤러걸》로 뉴베리 아너상을 수상한 빅토리아 제이미슨이 실제 난민이었고 지금은 난민촌 어린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오마르 모하메드의 이야기를 듣고 풀어낸 그래픽노블 《별들이 흩어질 때》는 사실을 담담하면서도 과장없이, 실제에서 찾아낼 수 있는 감동과 함께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소말리아의 내전으로 인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도 헤어진 형제 오마르와 하산. 말 못하는 동생 하산과 오마르는 피난길에 어머니와 헤어진 이후 사람들을 따라 이곳 케냐 난민촌 다답까지 오게되었습니다. 아침 기도를 드리고, 물을 받고 천막을 청소하고 동생과 함께 진흙을 가지고 놀다가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사는 형제. 소말리아 전쟁이 끝나면 언젠가 돌아갈 고향을, 다시 만나게 될 엄마를 그리지만 가끔 발작을 일으키는 동생을 돌보며 학교도 가지 않고 지낸것이 벌써 7년입니다.

동생을 돌봐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 여기지만 오마르는 구역장, 유엔 담당자 등의 도움을 받아 학업을 시작하고 계속 이어가게 됩니다. 물론, 오마르 스스로 공부하는 노력도 빠뜨릴 수 없지요. 그 가운데 난민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학교가 상급학교로 갈 수록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과, 그나마 남자아이라면 초등학교라도 보내지만 여자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는것, 조혼의 문제,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나라들로 정착하러 가는 이주 인터뷰에 관한 이야기들도 등장합니다. 끊임없이 기다림의 연속, 그리고 기대와 소망을 가지지만 낙심해버린 이들이 이어가는 삶의 모습까지 아주 무료하다면 무료할 그 일상속에서도 성장하고 자라는 오마르의 모습을 보게되지요.

누군가는 감옥이라 여기는 이곳을 신의 부름을 기다리는 대기실로 여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파투마 아주머니와 난민인 지금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위축되지않고 당당히 밤하늘의 별과 같이 그곳이 어디든 존재할 자격이 있다고 알려주는 선생님, 그리고 주위 상황의 변화에 흔들리기보다 오늘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것을 선택한 성숙한 오마르의 모습까지, 난민이라는 상황에서 새롭게 보게되는 관점과 함께 그 누구의 삶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지혜또한 발견하게 됩니다.

소말리아 국기에 그려진 하나의 배경과 하나의 별을 떠올리며 우리의 삶에는 정해진 하나의 별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삶이 그와같은 별, 그러니까 수백만이 넘는 별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있음을. 그리고 모두 그 나름의 질서에 따라 별자리를 가지고 있듯 그들의 이야기와 빛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 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 방황하는 별이 아니라, 자기의 이야기를 가지고 저마다의 머무르는 자리에서 빛나는 별의 이야기를 가진 이들임을 생각하게 하는 책 《별들이 흩어질 때》 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