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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수집가 ㅣ I LOVE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2월
평점 :
순간 수집가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라가치상 수상작
크빈트 부흐홀츠 글, 그림 이옥용 옮김
보물창고

크빈트 부흐홀츠 작가의 그림책은 두 번째로 접합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잠언의 글을 그림으로 풀어냈던 《시간의 의미》가 그 첫 번째이고 이 그림책이 두 번째네요.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는 것도 시선을 끌었습니다.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한 해동안 전 세계에서 출간된 어린이 도서중 각 분야의 최고의 책에 수여하는 상이 바로 이 상이거든요. 어린이 도서 분야의 노벨문학상이라 불리는 상이지요.
상의 유무를 떠나서 이 책은 한 번 펼치고 읽어내려가면서 이게 사실일까? 그림책이니 허구이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림을 자꾸만 들여다보게하는 그림책이었어요.

1층에는 아빠의 철물점이 자리잡고 있고 - '가게 주인 E.부흐홀츠'라고 되어 있어서 작가의 어릴 적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 가게 2층은 '우리 집', 그 건물 5층에 막스 아저씨가 이사를 왔습니다. 아저씨는 화가이셨어요. 아저씨의 화실이 열려있을 때면 나의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구닥다리 철테 안경을 쓰고 조금 뚱뚱한 편인 나를 아이들은 놀리곤 했지만 아저씨는 언제나 '예술가 선생님'이라고 불렀지요. 언젠가 아이가 바이올린을 켜는 것을 보고, 자신이 노래할 때마다 바이올린을 켜 달라고 부탁하고 아이는 그 부탁을 들어주지요.
어린 아이를 존중해 주는 화가 아저씨. 막스 아저씨는 그림을 그리지만 그림을 보여주진 않았습니다. 어떤 그림이든지 그 그림에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길이 하나씩 있는 법이라고,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림을 너무 일찍 보여주면 안된다고 했지요. 찾았다 싶은 길을 다시 잃어버릴 수도 있다면서요.
막스 아저씨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함께 그 공간에 머물던 아이에게 아저씨의 화실은 아이의 공부방이었고 그림놀이터였고 책방이었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곳이었습니다. 아저씨가 여행을 다녀와 들려주는 이야기들도 신기한 것들이었지요. 눈코끼리 이야기나 하늘을 나는 서커스는 허무맹랑했지만 좋았습니다.

막스 아저씨가 주택 5층에 산지 일 년이 넘은 어느 날, 아저씨는 아이에게 열쇠꾸러미를 맡기며 꽃에 물도 주고 우편물도 꺼내달라고 부탁하고 여행을 떠납니다. 화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이 전과 다른 것을 발견하지요. 아저씨의 그림이 모두 아이를 향해 있었거든요! 그동안 막스 아저씨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그림들. 친절하게도 그 그림들을 하나씩 그림책 속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림이 말을 건다는 것, 그리고 그 그림 속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것을 책을 통해 조금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그림이든 비밀이 있어야지.
나조차 그게 뭔지 모를 수도 있어.
그리고 사람들이 내 그림에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발견할 수도 있단다."
"나는 수집가일 뿐이야. 난 순간을 수집한단다."
'순간 수집가'
순간 수집가/ 크빈트 부르홀츠 글,그림 / 보물창고
막스 아저씨가 돌아오고, 계속 함께 할 것만 같은 시간은 끝을 향해 갑니다.
아저씨가 떠난 장소에는 새로운 가정이 이사를 오지요. 그러면서 아이는 바이올린을 켜는 '예술가 선생님'에서 멀어졌지요. 막스 아저씨가 보내온 한 그림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죠.
마지막 페이지 글 귀를 읽으며 전율이 일었습니다. (책에서 확인해보세요!)
... 와...
최근 그림책을 읽으며 이런 느낌을 받은건 오랜만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을 끼친이의 이야기를 풀어 낸 듯한 그림책. 실제인것 같으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을 보면 꿈인듯 한 생각이 듭니다. 어리고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를 끝까지 신뢰의 눈길로 바라봐주고 기꺼이 자신의 영역에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자리를 내 준 막스아저씨 같은 분이 우리 아이들 곁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 책.
막스 아저씨는 그곳을 떠나 어디로 가서 또 누구에게 영감을 받고 또 영감을 주었을까요?
내가 그 '순간 수집가'의 역할을 할 수 있진 않을까..그림이 아니라 사진이나 글로나 어떤 표현을 통해서라도 내가 대하는 것에 진심을 담아 만나는 그 누구에게라도 인격적으로 대한다면...
책을 펼치면 만나는 막스아저씨의 그림과 함께 나만의 상상의 공간으로 들어가게 해 주는 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의 《순간 수집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