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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 2022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2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ㅣ I LOVE 그림책
피레트 라우드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11월
평점 :
귀_ 친절은 부메랑 처럼
피레트 라우드 지음,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익숙한 자리에서 당연히 여겨왔던 편안함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상황이 자신에게 닥친다면?

그림책의 제목이면서 이 책의 주인공인 '귀'에게 그런 상황이 벌어집니다. 얼굴 양 쪽에 붙어있어 소리를 듣는 바로 그 자리에서 무슨일인지 모르지만 귀 한 쪽만 덜렁 떨어져 나온 것이지요. 그럼 피가 나지 않나요? 머리에서 떨어져 나온 귀는 결국 죽는거 아닌가요? 하는 질문은 여기서 잠시 멈추도록 해요. 머리가 사라진 귀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이제껏 머리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대로 해왔을 뿐인데, 머리가 없는 귀는 정체성이 흔들립니다. 존재의 가치를 못 느낄 만큼 말이죠.

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바로 '듣는 것'이지요.
당연한 줄 알았던 이 능력이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됩니다.
어느 날 자신에게 다가온 개구리가 귀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어달라는 그 요청을 들어 준 뒤로 많은 동물들이 귀를 찾아옵니다. 그 누구보다도 듣는 것을 잘하는 귀가 찾아오는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그들을 도울 수 있었지요.
하지만, 자신에게 들리는 이야기를 막을 수는 없던 귀는 험담을 늘어놓는 거미를 막을 수 없었지요. 머리가 있었다면, 머리가 있었다면 자신이 듣기 거북한 말을 계속 쏟아내는 거미를 멀리할 수 있었을 텐데...하고 생각하는 귀.
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요?
이야기를 읽으며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이 떠올랐습니다. 동물원 지기인 할아버지은 바쁜 일과 중에도 동물들을 방문하는 것을 거르지 않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아파서 동물들을 방문하지 못한 날, 동물들이 할아버지 집을 방문해 아픈 할아버지를 돌보아 주지요. 서로에 대한 우정과 헌신, 내게서 나간 친절이 부메랑처럼 다시 돌아오는 듯한 모습, 그 모습이 이 그림책 《귀》에서 보였습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귀'는 자신이 의지하고 있던 '머리'가 사라지는 충격을 딛고 누구에게 의지하지않고 새롭게 시작된 관계들 속에서 살아가게 되었다는 점이겠지요. 이 전에는 자신의 장점이 무엇인지, 그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할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텐데 말이죠.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친절을 잃지 말라'는 말 (미드나잇 라이브러리p. 392)이 떠오르는 그림책.
절망 스런 상황 가운데도 친절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그런 세상을 그림책을 통해 접하고,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하는 책 《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