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새 미래의 고전 62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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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새

강숙인 지음

푸른책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닮은, 차원만 다른 평행우주가 있다면 어떨까요? 같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지구의 관점에서 내가 사는 우주의 또 다른 차원에서 다른 모습의 내가 살아가는 것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보았다면, 이 책 [눈새]에서는 시공간을 마음대로 다루는 4차원 눈나라의 관점에서 지구를 바라봅니다. 그곳의 왕자 '눈새'는 할머니에게서 4차원 눈나라와 짝인 3차원 지구 이야기를 듣지요.

지구사람들이 꿈꾸는 그 세상을 그대로 이뤄논 듯 한 곳 눈나라. 모두가 평등하고 병도 가난도 없이 자연과 함께 지내며 저마다 바라는 삶을 살다가 목숨이 다하면 눈이 녹듯 조용히 스러지는 눈사람들. 눈새는 지구에 관한 이야기, 지구에서 이 곳 눈나라에 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지구에 가고싶지만 경고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습니다. 슬픔이 있는 지구에 가서 우리는 살 수 없다고. 슬픔이 만든 눈물에 눈으로 만든 심장이 녹아버린다고 말이죠.

꿈꾸는 대로 다 이뤄진 세상이면 그저 누리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눈새는 지구에 있는 사람들이 꾼다는 꿈이 무엇인지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지구와 눈세상의 시공간이 일치하는 시간, 그 경계가 흐려진 틈을 타 지구로 향하지요. 눈새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할머니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요. 할머니가 주신 목걸이를 가지고, 눈물은 심장을 녹이기에 절대 울지않겠다고 약속하고서요.

눈새가 처음 접한 지구는 겨울 이었습니다. 외딴 곳에서 살아가던 할머니, 부자가 되고싶은 꿈은 이뤘지만 믿을 사람 없어하던 할아버지, 가난하고 몸이 아프지만 따뜻했던 경호의 가족들, 나비없는 시멘트향 가득한 나비아파트에서 서로 관심없이 살 던 영후형네, 냉랭한 고아원 아이들 속에서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려던 윤선생님...

지구와 눈나라가 다시 연결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80일. 다시 눈나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지구 사람들이 가진 '꿈'이란 것을 알고자 왔던 눈새는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져듭니다. 꿈이란 들꽃과 같다하고, 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하고, 튼튼해져서 배를 타고 바다에 가는 것이 꿈이라 하고, 반딧불같아서 어두울 수록 밝게 빛나는 것,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도록 가르쳐 주는 것이 꿈이라하고...

우리가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법한 이야기인데,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눈나라 사람 눈새에게는 조금도 도움이 되지않는 말이었지요.

다만, 눈새를 만난 사람들은 눈새를 통해 위로를 받습니다. 악의라곤 전혀없고 욕심도 없는 눈새를 보며 자신이 놓쳤던, 포기했던 꿈을 떠올리고 함께하고 싶어하죠. 수 많은 이별을 마주하며 슬픔을 경험하지만, 할머니의 말씀을 떠올리며 눈물을 삼키는 눈새.

과연 눈새는 꿈에 대해 알 수 있을까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지...

눈새를 보면서, 눈나라에서 지구를 그리워하고 지구인들이 꿈꾸는 바로 그 꿈을 알고싶다고 하는 것 자체가 눈새를 움직인 '꿈'이 되었던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지구에 와서는 슬픔과 괴로움을 직접 마주하고서는 자신의 고향 눈나라로 돌아가는 것이 간절한 소망, '꿈'이 되어버리지요. 정작, 자신은 그것이 꿈이라고 생각하지도, 꿈이란 것을 이해하지도 못했을 그 순간에 말이죠.

사람에게 꿈이란, 지금 현실과 다른 이상향, 그래서 더 간절하고 애틋하고 자신을 움직이게하는 무엇인듯 합니다. 꿈이 이뤄지지않는 현실을 마주할 때 조차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그것.

눈새를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린왕자는 자신이 두고온 장미를 만나러 다시 자기의 별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꿈'을 알기위해 너무도 혹독한 댓가를 치뤄야했는건 아닐까..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눈새곁에 그를 사랑하고 지지해 줄 이들이 있다는 것. 우리가 매일 매일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사는 것도 옆에 함께하는 이들이 버팀목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꿈이 뭔가요?

꿈을 찾았나요?

간절한 기대가 좌절되었을 때, 꿈은 다시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 때 선택해야 할 것은 옳고, 옳다고 여긴 것들을 다시 묵묵히 해나가는 것.

공상동화로 가볍게 대했다가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야기. 《눈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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