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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작은 집에서 ㅣ I LOVE 그림책
일라이자 휠러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7월
평점 :
숲속의 작은 집에서
일라이자 휠러 지음, 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모두가 어려운 시절, 경제적으로 바닥을 칠 지라도 이렇게 주어진 것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기쁨을 찾는 가족이라면 참 행복할 거라는 생각이 든 그림책 《숲속의 작은 집에서》.
그림책 표지만 보고서는 그저 숲 속에 전원주택(?)을 지어놓은 식구많은 가족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1932년 미국 대공황이 일어났을 그 즈음, 8남매를 둔 가장은 하늘로 떠나고 30대의 젊은 엄마가 8명의 자녀를 데리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 숲 속에 버려진 한 오두막을 찾아 그 곳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살아간 이야기입니다.
상황만으로는 참으로 비극입니다. 아빠도 없이 엄마 혼자 일하면서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고 길러낸다고?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8남매중 다섯째, 6살인 마블의 시선으로 쓰여진 이야기 속에서 이 그림책 어디에서도 엄마의 침울한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미소, 다만, 아이들이 잠든 밤 하늘을 향한 시선은 언듯 보이지만...

새로운 집을 찾아 이제 다시 보금자리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은 어린 아이가 보기에도 춥고 텅 빈 집이 쓸쓸해보이기만 합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 엄마의 한 마디 말이 놀랍습니다.
"어떤 보물들을 찾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어떤 보물은 얻으려면 시간이 좀 걸려."

타르 종이로 뒤덮인 오두막에서, 낡은 매트리스 위에 몸을 누이는 아홉 식구의 삶이 고단하고 힘들법도 한데, 여름, 가을을 지나며 이들의 얼굴에는 주변에 관한 호기심과 묵묵히 자기가 맡은 일을 해내는 성실함,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십분 활용해 창의적으로 놀이하는 것까지 온 통 즐거운일들 뿐인거 같습니다. 주린 배를 채우고 다른 농장에서 우유와 달걀로 바꾸기 위해 따는 블루베리도 마치 놀이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나고 다시 봄.
여기 이 숲은 더이상 마블에게 쓸쓸하고 텅빈 공간이 아닙니다.
오빠, 언니, 동생, 엄마 그리고 내가 있는, 따뜻하고 밝고 사랑으로 가득한 오두막이 있는 곳.
진짜 보물은 이들 가족이 서로 모여있는 바로 이 자체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이 보물이 담겨있는 곳이 이렇게 바뀌었는 것은 아니었는지. 당장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분명하게 그 존재를 드러내는 보물. 가족.
코로나 시기, 경제적으로 어쩌면 대공황때처럼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도 많이 있을거같습니다.
힘든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야 할 때도 있을거구요.
책 속 상황이 지금 상황과 똑같다고 할 수 는 없겠지만, 그래도 함께하는 가족이 서로에게 든든한 보물이란 것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이 때를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힘든 상황인데도 그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말할만큼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그림책 《숲속의 작은 집에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