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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 -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 ㅣ I LOVE 그림책
피트 오즈월드 지음,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1년 7월
평점 :
[글없는책] 하이킹
피트 오즈월드 지음, 마술연필 옮김
보물창고
등산이 즐겁다면, 산이 좋아서 일 수도 있지만 같이 산을 오르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한 이유도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 《하이킹》을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 방에 흩어진 카메라며 책 등의 물건들은 분명 아이가 자연과 생태에 관심이 많은 것을 보여주지만, 아빠와의 산행이었기에 더 즐거운 것이 아니었을까 하구요.
'거기 산이 있기에 산을 오른다'던가요.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산을 오른다는 것 자체는 많은 위험과 모험적인 요소가 가득합니다.
같은 산을 오르더라도 계절과 날씨에 따라 그 모습이 무척이나 다양하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 산이니까요. 전문 산악가들도 산악팀을 꾸리고 셰르파와 함께 히말라야에 오르듯 화창한 날씨 속에서 동물들의 발자국을 찾고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하다가도 아빠와 함께 '팀'을 이뤄 가기에 물길도 가파른 암벽도 든든히 올라갈 수 있는 것이겠지요. 글이 없어도 인물들의 표정과 몸짓이 그림을 통해 참 많은 것들을 이야기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산을 해서 정상에 오르면 꼭 정상에 놓인 산의 이정표와 함께 사진을 찍지요. 나 여기 왔노라!하구요. 그 이정표가 없는 곳에서는 국기를 꽂아놓고 사진을 찍기도 하구요. 이 책의 주인공 아빠와 아이는 무엇을 위해 산에 오른 것일까요?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적 이었을까요?
이들이 다다른 곳은 나무가 울창해 보이는 어느 곳이에요. 그리고 그곳에 비어있는 땅에 가방에 고이 담아간 작은 묘목을 꺼내 심네요. 그 나무와 함께 사진도 찍고요.
산을 내려와 행복한 얼굴로 잠든 아빠와 아이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자연스레 그들이 보고 있던 앨범에 눈길이 가는데요, 그동안의 등산을 담아놓은 사진일까요?
마지막, 그림책 헌정사 위에서 그 앨범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등산을 담아 놓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선대로 부터 가족의 전통으로 내려온 나무심기의 모습을 담아놓은 앨범이었어요.
아빠와 아이가 나무를 심은 사진, 아빠가 어렸을 때 아빠의 엄마와 함께 나무를 심은 사진, 그리고 그 전에는 아빠의 엄마가(그러니까, 할머니가) 어렸을 때 아빠의 엄마의 아빠(증조할아버지)랑 묘목을 심은 사진, 맨 처음 사진은 증조할아버지가 어릴 적에 나무를 심은 사진 이었던 것이죠.
단순히 등산을 하고, 식목일 즈음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해도 행복한 모습을 담은 책이다 했을텐데, 가족의 전통이라는 의미가 더해지니 이 가족의 역사 속에 한 장면을 보고 있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 그것을 가족의 전통으로 이어가며 더 뜻깊은 시간으로 만들어주는 모습을 담은 이야기.
산이 녹음으로 짙어가는 시기. 아이와 함께 산을 오르는 것도 좋고, 어디를 가든 그렇지 않든 우리 가족의 전통으로 무엇인가를 정하고 지속해 나가는 것도 의미있겠다는 생각이 든 그림책 《하이킹》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