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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글 한글 - 한글로 보는 역사, 한국사로 보는 한글 ㅣ 상상의집 지식마당 11
남상욱 지음, 서른 그림 / 상상의집 / 2013년 9월
평점 :
착한 글 한글
한글로 보는 역사, 한국사로 보는 한글
글 남상욱, 그림 서른
상상의집

한글은 창제자와 창제 시기, 창제 원리와 활용법까지 밝혀진 유일한 문자지요. 1997년 유네스코는 세종대왕이 1443년에 만든 글자 '훈민정음'을 해설한 책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구요.
한글이 좋은 글자라는 것은 많이 들었지만, 우리가 늘상 접하고 사용하는 글자라 그 독특함과 우수성을 놓치고 지나친 것도 사실입니다.
이 책은 한글의 우수성을 역사 속 문자가 만들어지기 시작 할 때 부터 시작해서 우리의 역사 속에서 한글이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사용되었는지, 그리고 외국인들의 감탄을 자아낸 한글의 모습까지 한 권에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글자는 처음 부터 존재한 건 아니었어요. 그림으로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몸짓언어와 표식 등으로 의사를 전달했지요.
인류 최초의 문자라고 하는 메소포타미아의 쐐기문자는 게으른 기록관에 의해서 생겨났다는 이야기도 재미있었어요. 우리의 한글처럼 체계적으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글자를 다시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지요.

한글 (훈민정음)이 만들어 지기 전에도 이 땅에서 사용되는 문자들이 있었습니다. 다른 글을 빌려 쓰는 것이었지요. 한자의 음 또는 뜻을 빌려쓰는 '향찰', 하급 관리들이 쓰는 공적인 문서에 많이 사용되던 이두 등을 차자표기법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한 문장 읽기도 너무 힘이들어 보통 사람들은 잘 사용할 수 없었어요. 천민들은 글을 배우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기도 했었구요.
그런의미에서 훈민정음(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우리에게 최적화된 글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백성들이 더욱 쉽게 글을 배울 수 있도록 말에서 비롯된 소리글자를 만든 것이지요. 24자의 기본 자음과 모음이 조합되면 무수한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요. (처음 훈민정음이 만들어 질 때는 28자 였지만 이 중 4글자가 없어지고 24자가 되었답니다.)

한글이 지배층 사이에서는 언문으로 무시되고 사용을 금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아실거에요. 글을 아는 것은 권력이고 힘이었던 시기였으니 더욱 그러했을거에요. 그런데 한글로 의병들에게 교서를 내린 임금이 있었다는 것, 들어보셨나요?
선조때 의병들에게 내린 교서는 언문으로 직접 쓴 것이라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전통적으로 임금의 말을 담은 공식문서는 한문으로 쓰는게 일반적이었으나, 의병의 노고를 치하하고자 그들의 눈높이에서 한글 교서를 친히 썼다고 해요.
임진왜란이후 조선 후기에 들어 사회가 바뀌면서 한글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지만 순탄한 여정만 지난 것은 아닙니다. 영화<말모이>를 통해 보았던 이야기가 책에도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20세기 초, 우리나라가 일본에 자주권을 빼앗긴 채 식민지배를 당할 때 한글의 사용이 통제되었지요. 1908년 '국어 연구 학회'를 만들어 제자들과 함께 사전을 만들기 시작한 주시경 선생님은 사전의 이름을 '말을 모아 놓았다'라는 뜻에서 <말모이>라 정하셨지요. 주시경 선생님이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그 뜻을 이은 제자들이 조선 어학회에서 다시 글을 모으고... 그렇게 <조선어 큰사전>이 나온 것은 1945년 9월8일 일본이 패망하고 서울역 창고를 정리하던 중에 잃어버린 <큰사전>원고 수만 장을 찾고 나서 1947년 1권이 나온 뒤 한국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사전 편찬을 계속해 1957년 6권을 끝으로 완간 되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포털사이트로 검색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전인데 이런 노력 끝에 우리 말이 모아지고 사전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새삼 뭉클하게 다가왔네요.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아버지 알렉산더 멜빌 멜이 농아를 가르치며 발음 할 때 움직이는 입술과 혀, 목구멍의 모양을 본 떠 문자를 만든 '보이는 음성'을 발표한 1867년보다 이미 400여 년 전에 최초의 '보이는 음성'인 한글이 창제되었음을 이야기 한 네덜란드 레이던대학교의 언어학자 프리츠 포스. 시카고대 언어학과 교수인 제임스 매콜리 교수는 한국에 '한글날'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매년 한글날마다 기념 파티를 열며 위대한 문자 한글의 탄생을 기념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영국의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 교수는 "한글은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지적 유산 가운데 하나이다."라고 말한 부분을 읽을 때는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고 있던 한글에 대한 뿌듯함이 몰려왔습니다. 우리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키보드를 쓸 때 자연스레 사용하는 입력과정도 한자와 일본어에 비해 훨씬 쉽고 빠르다는 것도 다시 보게된 한글의 우수함이었구요.
시간이 지날 수록, 과학 문명이 발전할 수록 더욱 우수함을 드러내는 우리 글 한글.
누구나 익히기 쉬운 글이어야 했기에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어야 했고 그 전에 백성들과 소통하기 위한 선한 마음을 담아 만들었기에 더욱 소중한 우리글 한글. 한글을 역사속에서 들여다보고, 한글을 통해 역사를 볼 수 있는 유익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