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이 사는 골목 ㅣ 푸른도서관 84
김현화 지음 / 푸른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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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이 사는 골목​

누구나 상처는 하나씩 있는데

그걸 상처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조금씩 슬픈가봐

기린이 사는 골목 p.135 은형이의 말

원은형. 태국인 엄마와 알콜중독자 아빠를 둔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아이. 공부는 탑. 아버지가 한 해 늦게 입학시킨 탓에 선웅이 보다 한 살 많지만 같은 학년. 엄마가(진따나 아줌마)선웅이 집에서 가사를 돕지요.

현선웅. 동화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태양당 한의원집 아들. 초고도 비만.

가시많은 장미같은 은형이를 짝사랑중입니다. 몽유병에 돌아다니는 은형이에게 사바나의 기린 ㅡ 누나만 바라보다 목이 길어진 선웅 기린 ㅡ 이야기를 들려주며 알게 모르게 은형이 주변에 맴돕니다.

이기수. 노숙자 독거 노인들에게 밥을 주는 꽃밥집 이복규할아버지 손자. (이복규할아버지는 지뢰로인해 얼굴의 형태를 잃은 분) 싸움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않고 말 수도 없는 아이지만, 초등학생 선웅이가 죽은 왕개미를 들고 운 것에 감동받아 자신도 모르게 계속 선웅이를 아이들의 괴롭힘에서 구해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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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네 같은 학교 같은 반에 있는 이 세 아이들의 이야기가 어른들의 이야기와 맞물려, 서로 교차점 하나없어 보이는 이 아이들이 꽃밥집에서 함께 설겆이를 하게됩니다. 그러면서 속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관계가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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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밥 먹으면서 문득 생각했어.

이 밥이 꽃보다 단 건

할아버지의 따뜻한 가슴이 들어 있어서구나

기린이 사는 골목 p.156

선웅이가 꽃밥집을 나서며 은형이와 기수에게 한 말

상처를 상처로 인정하지 않고 비난하고 배척하면 사람들의 아픈 마음은 더 곪아갑니다. 하지만 자신이 상처 입은 이 임에도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나누는 한 끼 밥으로도 치유가 된다는 것을 아이들도 느낍니다. 그 일에 동참하는 것일 뿐인데도 그 마음이 전해진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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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 이후, 선웅이는 기수와 은형이의 추천으로 학교 상식 골든벨 반 대표로 서게됩니다. 스스로 자신을 고립시켰던 틀에서 벗어나 반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자신이 어떻게 동화작가의 꿈을 가지게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자 반 친구들과 선생님이 함께 그 꿈을 응원해줍니다. 골든벨에 나가는 것을 응원하는 것은 물론이구요. 결과야 어찌되었든 한 마디 말 꺼내기 힘들어하던, 애써 외면하던 세 명의 아이들은 껍질을 깨고 나와 '친구'가 됩니다. 지켜보는 제 마음에도 햇살이 비취는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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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도 지나가면 향기가 난다는 말.

분홍 달팽이가 했던 그 말.

정말 행복했어. 어쩌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겼거든.

지금 이 겨울이 모두 지나면.

기린이 사는 골목 p.212 은형이가 선웅이에게 한 말.

원래, 꿈길에 선웅이가 은형이에게 들려주었던 말.

기수네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돌아가신 기수 할아버지 흉을 보는 아이에게 선웅이와 은형이가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언급하고, 은형이는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에게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반응을 보입니다.

그리고, 이 전에 하지 않았던 모습이 하나 더 있네요. 내일을 꿈꾸는 것. 겨울이 지나면 어쩌면 나도 행복해 질 수 있을거란 희망을 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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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희망을 찾는 길이 순탄한 여정가운데로만 가진 않았지만, 바위 틈으로 날아든 새가 온전히 날 수 있도록 자신을 부숴뜨린 바위에게도, 하늘을 나는 새라는 정체성을 기억한 새에게도 이전과는 다른 '봄'이 찾아옵니다. 슬픔을 지나 의미를 부여받은 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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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라고 여기고만 싶지만 어딘가에 분명 은형이, 선웅이, 기수와 같은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책 장이 잘 넘겨지지 않았던 책. 하지만, 아이들의 겉으로 보이는 상황과 환경뿐 아니라 아이들의 속 마음이 이토록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과정이라면, 슬픔도 지나가면 향기가 난다는 것을 말할 수 있게 자란다면 정말 좋겠다고 마음으로 응원하며 보게된 책.

슬픔의 시기를 지나는 친구들이 보며 공감하고 은형이와 기수와 선웅이와 친구가 되어 함께 봄을 맞이하였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책 《기린이 사는 골목》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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