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몰리 마음별 그림책 17
브룩 보인턴-휴즈 지음, 이현아 해설 / 나는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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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없는책] 용감한 몰리 _관계의 두려움에 관하여

브룩 보인턴-휴즈 지음, 이현아 해설

나는별

제목과 거리가 있어보이는 표지 그림. 책을 가슴에 품고 있는 아이는 '용감한'것과는 거리가 있어보입니다. 게다가 그림자도 이상합니다. 아이의 그림자가 아니에요. 무서운 괴물같은 모습의 그림자에 아이의 모습은 잔뜩 움츠린 듯 보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다룬 나는별 출판사의 '마음별 그림책'

글 없는 책을 아이와 함께 들여다 보았습니다.

 

창문 앞에 앉아 있는 여자친구가 몰리인듯 해요. 몰리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나봐요. 벽에 붙은 그림을 보니 그림도 잘 그리는 것 같구요.

그런데 그런 몰리가 창 밖으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네요. 벤치에 앉아있는 친구들을 보는 걸까요, 아니면 그 옆에 까만 형체를 바라보는 것일까요?

 

몰리는 저 검은 형체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아요. 몰리가 그린 그림을 보니 말이죠. 하지만 그것이 탐탁지 않은지 자기가 그린 그림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넣어버리네요. 그리고 학교에 가는 듯 가방을 메고 집 밖으로 나섭니다.

학교가는 길, 친구들을 만나고 자연스레 인사를 건네는 건 당연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몰리에게는 그것이 어려운건가 봅니다. 몰리의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친구들 보다 그 뒷편에 있는 검은 형체. 결국 몰리는 친구들에게 인사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고 말죠.

 

친구가 떠난 벤치를 보다 친구가 놓고 간 책을 발견하곤 그 책을 집어 품에 든 몰리. 그런 몰리 뒤에 검은 그림자 형체가 자꾸만 몰리를 따라옵니다. 이제 대범하게도 아주 가까이에서 몰리를 보며 히죽이며 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마치, '넌 친구에게 다가갈 수 없지? 두렵지? 널 좋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럼, 넌 친구가 없는 외톨이가 될거고. '하는 듯 말이죠. 같이 책을 보던 셋째는 떼를지어 악착같이 따라붙는 이 검은 형체를 보고 저리가라고, 나쁘다고 열을 냅니다. 정말 이렇게 소리쳐서 떠나보낼 수 있는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몰리에게 이런 아이의 반응이 전해졌던걸까요? 몰리도 검은 형체에게 싫다고 소리지는 것 같아요.

효과가 있네요! 아. 하지만 잠시 뿐, 몰리의 그림자처럼 딱 붙어서 몰리의 뒤를 따릅니다.

친구의 책을 들고 책을 잃어버린 아이 앞으로 다가가는 몰리.

잠시 멈칫하다가 친구에게 책을 내밉니다. '안녕'하고 소리내어 인사하면서 말이죠.

책에 처음 등장하는 글입니다. '안녕'! 그리고, 보이시나요? 그림자 괴물(언제부턴가 검은 형체를 괴물이라고 부르며 읽고 있었어요 ㅎㅎ)의 표정!

애가 이럴애가 아닌데,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표정말이에요. 자신의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을 느끼고 경악한 것이죠.

 

용감한 몰리!

그림자 괴물이 사라졌어요!

몰리에게 용기란 친구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마음과 행동이었어요.

친구들이 날 반겨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물리친 것이지요.

" 두려움을 이겨내었네!"

이건 책을 같이 보던 유치원생 셋째가 한 말이에요. 아이가 무슨 '두려움'의 감정을 알까 싶다가도 아이들이니까 많이 느끼는 감정 중 하나가 이 두려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없어질까봐 눈앞에 안보이면 울어대는 젖먹이 아기의 두려움, 엄마가 좋아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에서 행동하는 유아들의 모습, 한 놀이만 같이 하지 않아도 친구들이 같이 안놀아죠 친구들이 날 싫어하나봐 하는 두려움, 깜깜한 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낯선 이에 대한 경계와 함께 찾아오는 두려움, 자신보다 덩치가 큰 존재에 대한... 적어놓고 보니 아이들의 마음 속에 이 두려움의 감정이 생각보다 많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시에 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힘도 아이들 속에 있지요.

언제나 자신을 사랑하는 엄마가, 가족이 함께 하리라는 믿음, 사랑받고 있는 존재라는 확신, 깜깜한 밤 반짝이는 별이 있다는 경험, 지금 당장 놀지 않아도 그 다음은 같이 놀 수 있다는 기대... 이 믿음과 생각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 걸음 나아갔던 경험에서 비롯되지요.

몰리 처럼 용기를 내어 친구에게 '안녕'하고 말을 건네고 친구의 반응이 내 걱정과 달리 날 싫어하는 것이 아니구나 깨닫게 되는 것에서 말이지요.

새학기가 되고 새로운 장소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설레지만 긴장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몰리가 두려움을 마주하고 친구에게 인사를 건넨 그 다음에도 여전히 두려움이 멀찌감치 몰리를 보고 있는 장면이 보이네요. 네. 두려움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마주하고 용기를 내야 하는 부분이지요. 친구에게 '안녕'하고 인사를 건네는 작은 용기. 그 모습을 응원해주는 이들의 격려와 함께 이 글없는 책을 보면서 내가 몰리가 되어보고, 친구의 입장도 되어보고, 그림자괴물의 입장이 되어 보며 아이가 스스로 '용감한 몰리'의 모습을 결심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요?

관계에 두려움을 가지는 아이들을 응원하며 용기를 내도록 격려하는 그림책 《용감한 몰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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