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있니? 에프 그래픽 컬렉션
틸리 월든 지음, 원지인 옮김 / F(에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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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 _ 듣고 있니?

Are You Listening?

틸리 월든, 원지인 옮김

f

 

네 잘못이 아니야.

비. 듣고 있니?

네 잘못은 하나도 없어

p.204

도망치는 소녀.

안정적인 부모님의 직업과 두 동생, 열 여덟 나이의 소녀가 이제 독립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삶을 개척해 나갈 마음의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것 같아보인다. 낯선 버스를 타는 것도, 낯선 이들이 자신의 주변에 있는 것도 마치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듯 느낀다. 목적지도 없이 그곳에서 나오는 것이 최선이라 믿기에 뛰쳐나온 소녀.

책을 펼치고 처음은 혼란스러웠다.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듯한 상황속에서 또 다른 인물이 등장하고, 소녀를 알고 있는 이 사람도 목적지가 있으나 그곳으로 가는 목적이 불분명한 사람. 이 두사람의 동행. 보는 내가 숨이 막혔다. 소녀의 이름은 베아트리체.비라고 부르고, 소녀를 마주하고 자신의 차로 소녀가 가는 곳이라 여긴 곳에 데려다 주려는 자동차 정비공인 여성의 이름은 루. 이 숨막히는 어색함과 답답함이 이들 속에 있는 울부짖음과 억눌림이라는 건 책 중반부에서야 알게되었다.

 

사촌에게 성폭행을 당해온 비. 자신은 피해자인데 스스로를 오히려 가족들에게 용서 받아야할 존재로 이야기한다. 정작 가족들에게는 아무말도 못하고. 그런 상처가 이성을 사랑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한건지도 모르겠다. 루처럼 자신도 여성이 좋다고 하지만 정작 동성과 교재해본것도 아닌 듯 하고 말이다.

네 잘못이 아니야.

비. 듣고 있니?

네 잘못은 하나도 없어

p.204

루는 비의 말을 듣고 이 이야기를 해준다.

네 잘못이 아니라고.

듣고 있니?

네 잘못은 하나도 없다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말. 차마 다른 이들이 수군대는 것을 듣고싶지 않아 벙어리 냉가슴 앓듯 말하는 것도 듣는 것도 모두 닫아버렸던 이에게 들린 말.

가려져 있고 숨겨져 있지만 이 말을 들려줘야 할 이들에게 꼭 전해지기를.

듣고 있니?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은 하나도 없어.

 

상처받은 비와 의도치 않았지만 방관자로 있었던 비의 가족의 모습이, 어릴 적 나무 위에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못하고 너무 겁이나 아무 말도 못하고 뛰어내린 비의 상황과 오버랩된다. 비는 나무 아래있던 아빠 바로 옆에 떨어져 팔이 부러졌던 일...사실은 괜찮은게 아니었던거다.알아챘어야 했던거다. 아빠는, 가족은 부스럭거리는 그 소리를 그냥 넘기지 말아야했던거다...

루의 이야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던 걸까...

어릴 적 차를 정비하고 운전하고 그 방면에 재능이 있다는 것, 엄마가 그 곁에 있어주었다는 거. 그러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일중독처럼 지냈던 그 일상이 의미가없어진 것.. 그렇게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차를 몰고 할머니댁을 찾아가는 길에 비를 만난거다.

그 여정에 뜻밖에 만난 고양이 다이아몬드. 고양이를 집에 데려다 주려 그 고양이가 걸고있는 목걸이에 적힌 주소를 따라 서부로 향하면서 또 다른 이야기가 함께 펼쳐진다. 판타지 같으면서도 너무나 실제적인, 마치 모모가 만난 시간도둑들 처럼 그림자같이 얼굴이 선명하지 않은 실체들이 고양이를 노린다.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있을거라고, 아니, 말할 자신이 없어 말하지 못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관심가져주지 않는다 여겼던 자신의 모든것을 길도, 구름도, 나무도...이미 들었고 알고 있다는 걸, 고양이를 돌보는 이를 통해 듣게된다. 모든게 무너지고 불타는 듯 느껴지더라도 여전히 나의 일부는 견고할 거라고. 모든 게 아직 여기 있으니까...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와

비와 루는 다시 생의 길을 걸어간다.

그곳이 익숙한 삶의 풍경이 있는 곳이든 낯선 걸음을 내딛는 곳이든 정답은 없다. 헤어짐은 슬픈것이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잠시의 슬픔이라면.

부디. 자책하지말기를.

듣고 있니?

네 잘못이 아니야.

다 무너진 것 같아도 여전히 산도 하늘도 길도 나무도 그곳에 있다는 거. 다 불탄것 처럼 연기냄새가 난다 하더라도 여전히 너의 일부는 견고할거라고.

듣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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