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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않고 ㅣ 시 그림이 되다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곽수진 그림, 이지은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1월
평점 :
비에도
지지 않고 _미야자와 겐지의 11월3일
미야자와 겐지 글,
곽수진 그림, 이지은 옮김
언제나북스
이 시를 접하게 된 것은 몇 해전, 도서관 신간에서 본 그림책에서
였습니다.
'비에도 지지 않고'
제 마음 속에 강렬히 남겨진 비오는 그림과 그 빗줄기 속에도
생명력을 이어가는 식물의 그림이 인상적이었지요.
이 시가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은하철도의 밤》 작가 미야자와 겐지라는 것, 《첼로 켜는 고슈》 등 많은 유작을 남긴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명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겐지가 1931년 11월 3일에 작성했다고 추정한 시 <비에도
지지 않고>가 볼로냐 국제도서전 등 유럽에서 먼저 그림책을 내고 주목받은 곽수진 작가의 그림으로 나온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전에
접한 그림책보다 보다 친근하고 편안하면서도 정감있는 그림들로 말이지요.
'비에도 지지 않고'
이 시어를 처음 접했을때는 강렬한 장대비와 그것에 힘들게 버텨내는
이미지로 받아들였었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책은 그보다 어떤 비라도 받아낼 수 있는 대지의
너른 품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소나기는 소나기대로, 폭우는 폭우대로 다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신록의 모습을 보여주는 여름 언저리의 어느 날을
그려보게 했지요.
사 계절 어떤 환경의 어려움에도, 욕심없는 마음과 튼튼한 마음으로
이겨내며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라면 어느 곳이라도 그곳에 함께 있겠노라
다짐하는 시인의 마음.
힘들어 하는 이들 곁에 같이 눈물흘려주고 같은 마음으로 그자리를
지키며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싶다'
시인은 그렇게 글을 맺고 있었지요.
그림작가도 동물과 사람, 각 장면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둥글고
따스하게 모두를 품어주는 그런 그림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 시와 함께 만난 그림책 중 이렇게 따스하게 풀어낸 그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시의 전문입니다.
읽고 또 읽어도 마음을 울리는 글이네요.
수 많은 시를 담아 놓은 시집도 좋지만, 좋은 시 한편을 그림작가가
해석해 놓은 그림들과 함께 음미해보는 것도 또한 즐거운 일.
다가 오는 모든 환경을 당당하게 맞서면서도 사람들을 향한 눈과 귀와
생각을 열어놓고 기꺼이 자신을 그들의 도움으로 내어줄 줄 아는 삶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하게 되는 글 《비에도
지지 않고》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