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합니다. 현실과 다른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상상력을 끌어올리니까요.
현실과 동떨어진 듯 하면서도, 수 십년 뒤에 다시 그 이야기를
접하면 어느새 현실 속에 담겨져 있는 것을 보게되죠. 과학이 어떻게 연구되고 발전되어 갈 것인가를 보여주는 청사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공상과학, SF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이 책에 실려있는 5개의 작품은 아동들을 주인공으로 한, 그들을
대상으로 한 공상과학 동화였습니다.
사실, 책 제목을 보고는 공상과학동화라 생각지 못했습니다. 표제작
<고조를 찾아서>는 공간의 이동만 생각하는 체험학습을 시간을 넘나드는 체험학습이 가능한 시대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역사문제까지 들어 있었지요. '고조'는 '고조 할아버지'였습니다. 고조할아버지가 친일을 했음을 알게된 윤서가 수학여행으로 일제시대를 찾아갈 때
고조할아버지에게 메시지를 전하기로 마음먹지요. 그건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말이죠. 늘 블랙홀 같은 곳에 빨려들어가는 만화 설정에 익숙했던
저에게 마치 아쿠아리움에서 수중터널을 지나는 것 같은 시간여행의 모습이 신선했습니다. 윤서가 시간여행을 간 것 처럼 윤서의 후손들이 시간여행을
하여 찾아온 것도 신기했구요. 지나간 시간을 함부로 바꾸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 불문율인데, 이 이야기에서 윤서는 고조할아버지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었을까요? 책을 보고 확인해 보시길요.
<아아마>는 <고조를 찾아서>와 같은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안면을 덮는 기계하나로 외모를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요? 단, 그것이 영구적이지는 않아요. 기간은 일주일. 연장을 원하면 돈을
지불해야하죠. 외모지상주의가 옳지 않다고는 알고있지만 모두들 그래도 예쁘고 잘생긴것을 선망하는 사회. 지금의 시대에 과학 기술이 더해진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작가의 상상이 그려낸 작품인것 같았지요. 외모가 아름다워지면, 그래서 그것이 사람을 당당하게 만든다면, 그렇게 도와주는 기기를
좋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요? 오히려 그 기계의 노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다행히 우리의 주인공은 스스로를 존중히 여기는 걸음을
걷기 시작하는 것 같네요.
외계에도 생물이 살까요? 외계동물이 있다는 가정하에 동물 보호를
이야기하며 동시에 주인공의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모습을 담은 <구름 사이로 비치는>, 태양계 행성들을 다니며 봉사활동을 할 정도로
그렇게 우주 과학이 발달 된 그 때도 종이 편지를 여전히 주고 받을까? '어린왕자'이야기와 '엉터리 집배원 /장세현 글/어린이작가정신'이
생각났던 이야기 <우주의 우편배달부 지모도>. 스마트 폰 중독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 싶었다가 그것이 미래의 도덕시험이라는 반전을 보게
했던 이야기 <시험은 어려워>. 자신이 악몽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세워야만 한다면 어떤 결정을 할 것인가.
과학기술 이전에 가치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 같았지요.
지금 당장 일어나지 않은 미래 기술이 발달한 어느 때를 설정하여 쓴
글이지만 지금 현실 상황에 비추어보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야기들. 손에 잡으면 스르륵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글.
수 년 뒤에, 시간여행을 수학여행으로 가게되고, 외계생물을 지구에서
만나게 되는 날이 오게 될까요? 전자책으로 교과서를 삼고 가상현실로 도덕시험을 치르는 것은 가능할 것도 같은데.
제 6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집 《고조를 찾아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