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 봐! I LOVE 그림책
라울 콜론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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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없는 책] 상상해 봐!

라울 콜론 지음,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현실을 대하는 태도, 두 가지가 있지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유대인 아버지가 나치에 의해 아들과 함께 수용소에 갇혀있을 때, 현실은 냉담하고 참혹함 그 자체였지만 그것을 달리 보도록 생각을 전환해 준 덕에 어린 아들은 그 시절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 처럼 '현실'이라는 객관적인 틀로 바라 볼 것인가, 주관적인 나의 해석으로 바라 볼 것인가 이 두 가지가 우리가 삶을 대하는 방식을 달리하게 합니다.

[상상해 봐!] 이 책은 글없는 책입니다.

두 개의 통로가 나 있는 문을 대하는 아이가 보이네요. 문을 통과하면 여기에서 저기로 가는 것은 동일할 텐데, 같지만은 않을 것이란 느낌.

책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을까요?

책을 덮고 있는 겉 표지를 벗겨보았습니다. 보드를 타고 다리를 건너는 아이의 모습이 보이네요.

표지에서 만난 그 문을 이미 지나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듯 하지요? 표지를 만나고 책을 펼친 이상, 이야기는 벌써, 이미, 시작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걸까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책장. 속표지에서 창 밖을 내다보는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곧 이어 보드를 가지고 집을 나서는 아이의 모습이 이어집니다.

 
 

집을 나서고 다리를 건너 아이가 향한 곳은 현대 미술관(MoMA, 이 책에 나오는 미술관은 뉴욕의 현대 미술관입니다) 이었어요.

그림을 감상하는 것은 작가가 그린 색과 선과 모습을 바라보는 것 이상의 일입니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과 상황을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분히 그림을 바라보는 이의 느낌과 해석이 그림 감상의 출발점이 되지요. 우선은 그림에 호기심과 호감이 느껴져야 그 앞에서 그림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니까요.

'어느 날, 그 그림이 내게로 다가왔다!'

이 순간, 앙리 마티스의 <이카루스>는 하늘을 날아 소년에게로 다가왔습니다!

 
 

그림 속 빨간 점이 심장처럼 하트모양으로 변하고, 정중히 첫 인사를 나누듯 모자를 벗어 인사를 건네는 그림과 함께 소년은 그림 속으로 세상으로 들어갑니다.

그림이 음악과 같은 것이라고 한 번도 연결해본 적 없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림도 평면이 아니라 음악 선율처럼 들을 때 마다 달라지는 선율이 있고 클라이막스가 있어서 누군가의 감정을 몰입하게 하는 힘을 가진게 아닐까.

그리고, 그 힘은 그림 밖에서도 계속 이어집니다. 세상을 바라 볼 때도 그 그림을 본 감동이 그대로 이어집니다.

 
 

그림 속에서 활보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상상. 그것은 더이상 상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림이 또 다른 그림을 설명해주고 그 속으로 들어가게 해주고... 경험하고 공감하는 아이에게 그것은 실제였고 벅찬 감동이었지요. 거리를 걸으면서도, 길거리 음식을 먹으면서도 공원에 앉아있어도 늘 함께였습니다. 아이이 뒷주머니에 있는 크레용처럼 분명한 실제 말이죠.

자기가 경험하고 마음에 담아 둔 것은 표현하게 되기 마련이죠. 크레용으로 자신과 함께한 그림속 이들을 다시 그린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가 꿈 속에 들었을 때도 잠들지 않는 감동. 이 책은 온통 그 벅찬 감동과 즐거움이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상상해 봐!

이처럼 쉬우면서 어려운 말이 또 어디 있을까요.

미술관에 가서도, 박물관에 가서도 각자 작품을 감상하기보다는 먹여주는 대로 듣고 보고 '배우고'오는 것이 전부인 걸음들.

사실, 그것으로도 만족했습니다. 뿌듯했지요. 하나라도 더 알게 되었다는 마음에서 말이죠.

하지만, 그 마음이 세상을 다르게 보는 힘까지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교과서를 읽어내는 힘, 시험을 풀어갈 힘을 더해 주었다고 할까요.

그림책 속 아이처럼 그림이 말을 걸어올 때 함께 그림 속으로 들어가 노래하고 걷고 춤추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그래서 마음 속 벅찬 감동이 지면안에 갇혀있지 않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기를.

위드 코로나 시기. 움츠려있는 몸과 마음에 '상상'한움큼을 처방해주는 책 [상상해 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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