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를 대하며 일상에 대한 경의를 새롭게 느낀다?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통의 여염집에서 카레를 한다고 하면, 냉장고 안에있는 여러 채소를
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한 방법으로 쓰인다던가, 무난한 한 그릇 밥으로 먹기 좋은 음식 그 이상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카레를 좋아한 이후
일년에 300번 정도 카레를 먹는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음식이야기는 삶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저자가 가장 먼저 소개하고 또 가장 많이 먹는다는 버터치킨
커리이야기를 풀어낼 때, 스파이스 파우더와 가루로 갈지 않은 홀 스파이스로 만드는 스파이스 카레가 매일 만드는 커리라도 향신료의 배합, 함께
들어가는 재료, 요리 타이밍과 방법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는 것과, 이미 카레에 대해 일가견이 있기에 가게까지 차리신 것일텐데, 일본으로
카레 수련을 다녀 온 뒤로 또 버터치킨 카레의 맛이 조금씩 바뀌었다는 것을 보며 똑같은 하루지만 발전없는 하루하루가 아니라는 것을 보게
되었지요.
카레에서 만나는 소확행. 나를 즐겁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기억하는 것. 뭘 그리 사소한 것에 시간을 들이나 싶기도 하지만,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것은 이렇듯 사소한 일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떠올리고나자 저자가 그 대상을 '카레'에서 찾은 것일 뿐 우리도 그 무엇인가에 나의 즐거움을 두고 있다는 것, 다만 이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지나친 시간이 많았구나 싶었지요.
소중한 인연이라고 여긴 그곳에서 연결되어 또 다른 곳을 알게되고
삶의 지평이 넓어지듯 책의 흐름도 그렇게 자연스레 카레의 범주를 넓혀갔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깊게 넓게 알아가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을까요. 그렇게, 저자가 경험한 카레를 따라 군침흘리며 '나도 가서 먹어보고 싶다'하는 카레들이 늘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