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0.10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샘터 10월호

 

 

월간지 샘터. 발간 50주년을 맞은 올 해, 폐간의 위기를 넘어 이번 달에도 이웃들의 소식을 담아 발간되었습니다.

얇다면 얇은 이 책자 안에 몰랐던 이웃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과의 만남이 급격히 줄어든 것도 있지만,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 또래 엄마들 말고는 대화할 상대가 거의 없기에 나이든 어르신, 사회 초년생 등 다양한 세대가 가진 저나름의 인생이야기를 듣는 지면은 소소하면서도 늘 새롭게 다가옵니다.

 

 

한 두장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코너 중, 매 달 가장먼저 살펴보는 꼭지 하나는 '내일을 여는 사람'입니다. 이런 분야에서 이렇게 살아가는 이들도 있구나 하고 보게되거든요.

이번 10월호에 소개된 분은 조향사 김태형 이었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향수는 거의 쓰지 않지만, 향수라고 하면 떠오르는 책과 어릴적의 동경같은 것이 막연히 남아 있는 지금, 기억을 담는 타임머신과 같은 향수와 그 향을 만드는 조향사에 대한 이야기는 역시나 새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한 순간의 기억을 생생히 떠올리게 해주는 향이라...기억을 가장 효과적으로 불러일으키는 감각이 후각이라고 하네요. 조향사의 아버지(소설가 故김소진)가 생전에 후각 상실증을 앓으셨다는 이야기, 네 살 때 돌아가셔서 기억은 잘 없지만 그 어떤 추억도 쉽게 떠올리시지 못했을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는 말에 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것이 참 큰 축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향에 자신의 감정을 담고, 다른 이들도 그 향에 감정을 담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조향사 김태형. 하나의 향을 탄생시키기까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이란 시간이 걸리지만 향을 통해 느낀 감정을 통해 누군가와 서로 이야기 나누는 순간을 상상하면 전율이 이는 것 같다는 말을 읽으며 외국 향수가 일반인 향수 시장에 김태형 조향사님과 같은 국내 조향사들의 향수가 널리 자리잡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네요.

특집 기사로 다뤄진 주제 '라떼는 말이야!'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기성세대를 풍자하는 말이지만, 담긴 사연들 속에서는 기성세대와의 추억이 그래서 싫다는 것 보다 그 시절의 아련함, 고마움, 소중함이 더 느껴지는 글들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제가 하는 말도 '라떼는 말이야!'로 들릴까요? 그렇게 들리더라도, 뒤 돌아보며 생각하는 어느 순간에는 따스함으로 기억되면 좋겠네요.

곧 있으면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옵니다. 올해는 코로나의 여파로 모이는 것도 꺼려지는 분위기 지만요.

친지를 만나는 것과 함께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성묘문화도 추석 문화의 하나이지요. 우리는 돌아가신 분의 묘지나 납골당이 산 기슭에 있는것이 보통인데, '지구별 우체통'에서 만난 폴란드의 모습은 우리와 달랐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 한 복판에 묘지가 공원처럼 자리잡고 있다고하네요. 폴란드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만성절(11월1일)은 하늘로 떠난 가족과 친지들 혹은 위인들을 방문하는 날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폴란드의 브로츠와프에는 이 나라에 아무 연고가 없는 북한 소녀가 잠들어있다는데요, 그 사연과 함께 아무도 찾지 않는 쓸쓸한 묘를 찾아 촛불을 밝혀놓은 손길까지, 사람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었어요.

직접 전국을 누비지 못하더라도, 각 사람의 추억 속에 있는 장소들을 글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할머니 음식과 함께 인생이 담긴 이야기,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전국 각 지에 있는 지인들의 대화 창 속에서 삶을 듣는 듯한 행복일기를 통해 각지에서 어려운 시기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힘을 얻게 되네요.

얇은 월간지를 통해 만나는 사람 향기, 삶의 이야기.

50년이라는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잔잔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월간지 [샘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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