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 샘터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녀들의 범죄

요코제키 다이 지음, 임희선 옮김

샘터

 
 

1988년 일본. 한 여성이 해안지역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시작으로 글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지요. 특이한건,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그녀들'이 등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성과 남성. 특별히, 사랑으로 이어져온 관계라면 이보다 서로에게 소중하고 귀한 존재가 또 있을까요.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기적이고 배려없이 다가간다면 그것은 폭행이고 추악한 모습이 됩니다.

남성에게도 그렇겠지만 여성에 있어서 사랑과 연결된 결혼과 임신 혹은 불임, 육아라는 것은 더 큰 비중으로 다가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글이 배경으로 삼고있는 1988년 일본이라는 때와 장소는 더더욱 그러하겠지요. 거기에다가 데이트폭력과 사랑한다고 믿게하고 거짓말을 속삭이는 가스라이팅을 한다면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부와 명예와 의사라는 직업까지 갖춘 남자 진노 도모아키. 그의 곁에는 같은 병원에서 간호사로 만난 아내 진노 유카리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과분한 남자라 여겼지만 자신이 편하다고 결혼하자는 말에 지금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이 집 하녀처럼 살고 있는 결혼 8년차 여자. 집에서만 거의 지내는 진노 유카리가 마을 자치회를 통해 우연히 알게된 다마나 미도리.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유카리는 남편과의 이혼을 생각하게 됩니다. 위자료를 두둑히 받고 헤어질 수 있을까. 시어머니는 그들 부부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같이 신사에 가자고 하지만, 하늘을 보지않고 별을 따는게 불가능한 그 속사정은 모른채 말이죠. 그러다 우연히 남편의 애인을 만나게 됩니다. 남편과 같은 대학교 후배였던 히무라 마유미. 처음부터 히무라 마유미가 진노 도모아키를 마음에 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불쾌함으로 기억하고 있었죠. 자신의 치어리더 동아리 후배를 겁탈한 이로 진노 도모아키를 기억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유미 자신을 오랫동안 좋아했다는 도모아키의 말, 그리고 그 날의 사건이 서로 동의하에 이뤄진 것이라하며 마유미에게 이야기하는 통에 마유미는 도모아키를 마음에 두게 됩니다. 34살의 여성, 회사에서도 주변에서도 결혼하지 않은 미혼여성에게 던지는 시선을 견디는 마유미에게 35세 도모아키는 멋진 남편감으로 보였으니까요. 자신이 유부남인걸 속였기에 마유미는 자신이 속은 것도 처음엔 알지 못했습니다. 곧 알게되었지만 일은 이상하게 진행됩니다. 불륜녀인 마유미가 진노 도모아키의 부인인 유카리와 만나게되고, 유카리는 마유미에게 자신의 남편과 계속 만나라고 하네요? 거기에다 유카리의 가출과 자살소식이 들리지만, 진짜 진노 유카리는 죽지 않았다는!

진노 도모아키를 공통분모로하는 여성 네 명. 결혼으로 맺어진 진노 유카리. 내연녀 마유미, 그로부터 성폭행당했던 구마자와 리코, 그리고 소꿉친구이자 한 때 연인이었던 다마나 미도리. 전혀 만날 이유가 없는 이 네 명의 여성이 도모아키라는 공통분모로 인해 만나게 됩니다. 도모아키 입장에서도 변명할 꺼리가 있겠지만 그것은 철저히 자신의 생각일 뿐, 이 남성을 통해 연결된 그녀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살기위해 계획을 세우지요. 결혼으로 묶여있던 하녀의 삶을 벗기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이며, 부적절한 관계가 아닌 인정받는 관계로 살기위해서는 또 어떻게 할 것이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 그에게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자신의 병으로 더이상 아이를 갖는것이 불가능해진 몸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것인지. 서로가 서로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존재이면서 동지같고, 전혀 만날 이유가 없는데도 만나고 있고 일을 공모하는 모습. ... 그리고 그녀들이 벌인 사건. 그 이후의 이야기까지.

셜록 홈즈 시리즈나 에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보면 명확하게 끝나는 마무리가 있어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도 마지막에 후련함이 있었다면, 이 책은 흥미진진하면서도 완결되지 않은 이 후의 이야기가 궁금해 본편 이후의 속편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녀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죄가 드러났을까? 아니면 진실은 묻히고 각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갔을까? 다마나 미도리는 왜 진노 유카리에게 그런 말을 던졌을까? 리코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을까? 유카리는 왜 마지막에 그 장소를 다시 찾은걸까...

공모를 하고 범죄를 저지를 그녀들의 죄를 무마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그 원인을 제공한 원흉이 되었던 남자가, 어떤 이유에서든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자신의 마음을 지켰다면 자신도 타인도 좀 더 행복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막을 수 없네요.

요코제키 다이의 미스터리 서스펜스 [그녀들의 범죄]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