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고래뱃속 창작동화 2
이영아 지음, 이소영 그림 / 고래뱃속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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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이영아 글, 이소영 그림

고래뱃속

 
 

표지 그림이 따뜻하게 보이진 않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쭈그리고 앉아있으면 가까이 다가가고싶지 않은 마음.

그런데 이상하지요. 책에 이끌린듯 책장을 넘겨 읽고는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아이도 재미있게(?)보았구요.

마냥 재미있다고만 말 할 수 없지만 흡입력있는 이야기, 동화[편의점] 입니다.

 
 

아버지가 쉬는 날이 싫은 아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쉬는 날에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던 아빠였지요. 엄마 아빠 아이는 행복한 가족이었습니다. 아빠가 다리를 다치기 전 까지는 말이죠.

아빠가 쉬는 날, 아빠는 술을 먹고 아이를 때립니다. 아빠의 자격지심에 몸과 마음에 상처가 더해지는 아이. 엄마는 ㅡ 아무리 직장에서 일한다 하더라도 ㅡ왜 모르는 걸까요. 모르는게 아니라 알고싶지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망가져버린 남편이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도, 아이가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것도 감당하기 어려워서 말이죠.

아이의 방 창문에서 바로 보이는 편의점. 늘 보이는 아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큐브를 돌리며 맞추는 아이. 손님들이 남긴 컵라면을 기웃거리며 먹는 아이를 보고, 방 안의 아이는 달려가 그 컵라면을 먹지 못하게 합니다. 그것이 두 아이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하지만 둘은 이미 서로를 오랫동안 지켜보는 사이었습니다. 집 안의 아이(범수)는 자신만 편의점 앞의 그 아이를 본다 여겼지만, 편의점에서 올려다보면 범수네집이 훤히 다 보였거든요.

살가운 말은 커녕 통성명도 하지 않았건만 편의점 앞의 그 아이(찬혁)는 집 안의 그 아이 이름을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아버지에게 맞는 장면까지 고스란히 들켰다는걸 안 범수는 화가났습니다. 그리고는 주먹다짐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둘은 나란히 앉습니다. 더이상 이 편의점 앞에 오지 않을거 같다는 찬혁이의 말. 그리곤 자신이 가지고 있던 큐브를 범수에게 건네지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아버지의 폭력이 정도를 넘어 깨진 소주잔이 범수를 향하던 그 날, 누군가 계단을 성난듯이 올라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자신이 그 편의점 앞 아이를 지켜보다가 담배꽁초가 담긴 컵라면을 먹지 않게 하려고 달려간 것 처럼, 편의점 앞에 더이상 나타나지 않던 아이(찬혁)가 범수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고는 부리나케 달려온 것이지요. 언제나 그곳에 있었던 것 처럼.

...

삶을 포기해 버린 한 사람의 인생. 안타깝고 기구한 사연에 딱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범수 아버지처럼 자신을 구하기 위해 친구가 죽고 자신도 다리를 절게되었으니 이 전에 보던 세상과 달리 보일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 분을 아이에게 푸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야하고 삶의 의지를 가져야하는 것은 나를 통해 세상에 나온 생명이 있기에, 아이들에게 주어진 삶을 지켜줄 수 없을 망정 그 삶을 부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아침 뉴스에 술 취한 엄마에게서 맞은 아이가 맨발로 뛰쳐나와 근처 편의점에 도움을 구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jtbc. 8.7 저녁8시56분 하혜빈기자 입력기사) 픽션으로 접한 이야기가 논픽션으로 다가오니 이상했습니다. 소설이 현실을 담고 있다고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면서...혹여나, 위태한 상황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본다면 잽싸게 달려갈만한 이들이 곁에 있기를. 내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부모인지... 범수와 찬호와 같은 아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그 아이들을 돕기위한 방법은 어떤것이 있을지.. 숙제를 남기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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