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도랑을 뛰어 넘었어요.
도랑을 건넌 은이의 세상은 이전과 달랐습니다. 숲 속에서 달리고
나무를 오르고 도랑보다 더 넓은 바다와 건너 편 숲과 하늘을 만나지요.
은이와 주변을 둘러싼 세상은 이제 무채색을 벗어버립니다. 노란
상의에 초록 바지를 입은 은이는 숲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은 총천연색을 거침없이 마주하네요.
은이가 가진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 준 그 바늘이 은이의 손에 계속
머물렀으면 좋았겠지만, 은이도 모르게 그 바늘을 놓치고 맙니다. 그와 함께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에 숲은 사라지고 다시 도랑을 건너 집으로 돌아갈
현실을 마주하게 되네요. 은이는 바늘이 손에 없어도 도랑을 용기내어 건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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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아이]그림책 안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나는 도랑을 건너기 두려워 했던 윤이라는 여자아이가 도랑에서
바늘을 발견하고 용기를 내어 도랑을 건넌 이야기 하나, 또 하나는 도랑 속의 바늘이 어떻게 그 자리에 있게 되었는지 옛날이야기 형식으로 쓰여진
'바늘 사람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첫 번째 이야기는 누군가 실수로
잃어버린 바늘을 상상력이 풍부한 한 아이가 발견하고 그것을 용기의 수단으로 삼은 이야기로 생각되고 끝났을텐데, 두 번째 이야기로 인해 그림책
이야기는 더 깊어집니다. 정말로 그 바늘은 보통 바늘이 아니었다고, 삼라만상이 풍파를 지나온 모습을 다 본 바늘 사람이 자신을 깨운 바늘 아이를
만났기에 그것은 꿈인듯 꿈이 아닌 것이었다고. 생명을 돌보고 그 속에서 기쁨을 누렸던 바늘 사람이,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들로 인해 깊은 잠에
빠졌다가 자신을 발견한 '바늘 아이' 은이를 만나 꿈에도 그리던 아름다운 그 때의 그 자연을 보게 된 이야기. 은이에게도 바늘사람에게도 서로가
서로에게 두려움과 소망없음에서 벗어나 초록빛 희망을 보게 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두려움의 도랑을 뛰어넘으면 초록빛 희망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그
이상으로 펼쳐짐을 보여주는 그림책
그 역할을 도운 바늘 사람과, 그 바늘 사람을 자신도 모르게 깨운
바늘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바늘 아이]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