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아이 마음별 그림책 14
윤여림 지음, 모예진 그림 / 나는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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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아이

글 윤여림, 그림 모예진

나는별

 
 

바깥놀이를 하고 온 날이면, 아이는 뭔가를 꼭 들고 옵니다. 얼마 전에는 작고 까만 돌멩이를, 또 언제는 뽑기에서 나오는 열쇠고리 부품, 며칠 전에는 누군가가 한참 전 잃어버린 듯한 엣날 열쇠하나를 가지고 보물인듯 소중히 들고 왔지요. 엄마인 저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맞아요. 예상하신 그 반응이었어요. 왜 그런걸 들고 왔느냐. 누군가가 찾으러 가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그런 잔소리들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아이 손에 쥐어진 그 보잘것 없고 쓸모없어 보이는 그 것이 아이의 마음의 힘을 키워주고 용기를 내게 해 준 그 어떤 마법같은 것이었다면?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의 윤여림 작가와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모예진 작가의 그림책 [바늘 아이]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놀이터나 숲 속에서 발견한 그것은 내가 보고 판단하는 그 용도 이상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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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는 유치원을 마치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함께 놀았어요. 그리고, 친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놀이터 한 쪽에 물 길로 만들어놓은 도랑을 폴짝 뛰어 건너편으로 넘어갔지요. 친구들이 윤이를 부르네요. 어서 건너오라고. 사실 윤이는 그 도랑을 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도랑에 사는 괴물들이 윤이 눈에는 보이거든요. 윤이 눈에는 습한 도랑에 썩은 나뭇잎을 먹이로 삼고 이리저리 굴러온 쓰레기들을 집으로 삼은 벌레들이 괴물로 보입니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괴물들로요.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면 마냥 즐거울 것만 같은데 작가는 첫 장부터 도랑 앞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윤이의 모습을 무채색으로 표현했습니다. 도랑 안의 벌레들이 괴물이 되는 장면을 더 실감나게 표현한 펼침장에서는 그 긴장이 더 고조되지요.

그러다가 문득, 그 '괴물'들이 범접하지 못하는 은빛의 무엇을 발견하고서 부터는 밝은 빛이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은이의 상의가 노란색으로 물들고 은이가 용기를 내어 은빛 바늘을 손에 들자 신기하게도 바늘에서 부터 시작된 바람이 불어나가며 금새 은이 주변이 물이 졸졸졸 흐르는 숲으로 바뀌네요!

도랑 너머로 보인 풍경은 흑백의 세계가 아니었어요. 푸르른 숲 그 자체! 은이는 아직 도랑을 건너기 전이었지만 더이상 도랑을 건너는 것이 두렵지 않았습니다. 도랑에는 물이흐르고 물고기와 소금쟁이들이 보이네요. 괴물은 사라지고 도랑 너머의 숲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

 

훌쩍

도랑을 뛰어 넘었어요.

도랑을 건넌 은이의 세상은 이전과 달랐습니다. 숲 속에서 달리고 나무를 오르고 도랑보다 더 넓은 바다와 건너 편 숲과 하늘을 만나지요.

은이와 주변을 둘러싼 세상은 이제 무채색을 벗어버립니다. 노란 상의에 초록 바지를 입은 은이는 숲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은 총천연색을 거침없이 마주하네요.

은이가 가진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 준 그 바늘이 은이의 손에 계속 머물렀으면 좋았겠지만, 은이도 모르게 그 바늘을 놓치고 맙니다. 그와 함께 엄마가 부르는 목소리에 숲은 사라지고 다시 도랑을 건너 집으로 돌아갈 현실을 마주하게 되네요. 은이는 바늘이 손에 없어도 도랑을 용기내어 건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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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 아이]그림책 안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하나는 도랑을 건너기 두려워 했던 윤이라는 여자아이가 도랑에서 바늘을 발견하고 용기를 내어 도랑을 건넌 이야기 하나, 또 하나는 도랑 속의 바늘이 어떻게 그 자리에 있게 되었는지 옛날이야기 형식으로 쓰여진 '바늘 사람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가 없었더라면, 첫 번째 이야기는 누군가 실수로 잃어버린 바늘을 상상력이 풍부한 한 아이가 발견하고 그것을 용기의 수단으로 삼은 이야기로 생각되고 끝났을텐데, 두 번째 이야기로 인해 그림책 이야기는 더 깊어집니다. 정말로 그 바늘은 보통 바늘이 아니었다고, 삼라만상이 풍파를 지나온 모습을 다 본 바늘 사람이 자신을 깨운 바늘 아이를 만났기에 그것은 꿈인듯 꿈이 아닌 것이었다고. 생명을 돌보고 그 속에서 기쁨을 누렸던 바늘 사람이, 자연을 파괴하는 사람들로 인해 깊은 잠에 빠졌다가 자신을 발견한 '바늘 아이' 은이를 만나 꿈에도 그리던 아름다운 그 때의 그 자연을 보게 된 이야기. 은이에게도 바늘사람에게도 서로가 서로에게 두려움과 소망없음에서 벗어나 초록빛 희망을 보게 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두려움의 도랑을 뛰어넘으면 초록빛 희망이 내가 생각하지 못한 그 이상으로 펼쳐짐을 보여주는 그림책

그 역할을 도운 바늘 사람과, 그 바늘 사람을 자신도 모르게 깨운 바늘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바늘 아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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