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감기와 같이 인식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신과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상담을 받는 다고 하면 정신병이 있다고 피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신경정신과, 상담이라는 것에 거부감이 줄어들었지요.
그런데 의문이었습니다. 정말 상담을 받으면 호전이 되는 걸까.
즉시적인 효과로 단기간 효과를 보였다면, 이 후에는?
이와 같은 생각이 저만의 생각은 아니었나봅니다. 심리 상담을 진행한
상담가 로버트 U.아케렛 이 예순여섯 살이 되던 해, 자신에게 심리치료를 받은 내담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직접
찾기로마음먹습니다. 직접 만나보기로 한 것이지요. 물론, 내담자의 동의를 받아서 말이지요. 잊혀지지 않는 내담자 다섯명의 상담이야기 그리고 그
30년이후의 모습을 담아놓은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소설보다 현실이 더 드라마틱하다는 이야기가 절로 나오는 상황들.
자신을 스페인 백작부인이라고 생각한 여자 나오미, 북극곰을 사랑한
남자 찰스, 가학피학성애 공상에 시달리는 남자 세스,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는 여자 메리, 작품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작가 사샤.
이야기 하나 하나가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 상황속에 놓인
내담자와 그들 각각의 상황에 정답지가 없는 상황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최소한 생명을 이어가면서 행복을 누리도록 돕고자 하는 심리치료사의
고군분투가 눈에 그려졌지요.
그들이 맞닥들인 상황들에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는 있다고 하지요. 물론, 전부 환경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 환경으로 인해 망가진 자아상과 비뚤어진 내면이 표출되는 당사자만
상담치료에 던져져야하는지 안타까웠습니다. '누군가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누가 결정하는가?'의 문제가 시대에 따라 바뀌는 것도 아이러니
했습니다. 절대 기준은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상담가는 누구의 어떤 기준을 가지고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어떤길로 안내하려는 것인가.
내담자의 목숨을 유지하게 하는 것, 어쨋거나 그들이 생명을 스스로 해하지 않도록 하는데는 동의하지만 그 방법이 정신병원에 넣는 감금이
최선이라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그래서, 상담을 받는 그 상황도 중요했지만 그 이후의 삶을 기술한
이 책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결정적 시기를 상담치료를 받고 그 이후에 행보는 상담가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와의 상담의 진짜 영향력은 그 이후의 삶이 어떠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까요.
명확했으면 싶었습니다. 상담치료를 받았고, 그 이후에 완전히
바뀌었더라. 그런 것을 기대했을까요.
삶이란 단순한 선이 아닌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이렇게 진행될 지
못했던 삶들이 보여졌습니다.
어떤 삶이 보여졌어야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그 기준은 또
무엇일까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간 것 만으로도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담자나 상담가 모두에게 말이지요.
상담가로 살고 싶은 마음을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알면 알 수록 사람의 삶을 듣는 것도, 어떤 길을 제시해 주는 것도 내가 기준에 되어 내 잣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듭니다.
내담자와 상담자, 서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니까요.
심리치료가 내담자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가? 그것은 어떤 상담가를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구나. 이 책의 저자처럼 끝까지 그 내담자를 기억하고 추적할 정도의 상담가라면......
상담을 일률적으로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심리치료를 받은 이들의
이후 삶을 따라가 볼 수 있게 눈을 열어준 책 [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