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이해인 지음, 이규태 그림 / 샘터사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에게 _ 이해인 글, 이규태 그림

샘터

 
 

이해인 수녀님 책이라 그냥 반가웠습니다.

손바닥을 활짝 펼친 크기랄까요 일반 판형보다 작은 크기의 책에, 양장본에 예쁜 그림이 표지가득 들어있으니 작은 자물쇠만 달려있으면 소싯적 사용하던 비밀일기장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목도 '친구에게'라니. 고등학교때 한창 쓰던 교환일기장, 저에게는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하루종일 학교에서 살 던 그 시절, 친구랑 매일 교환하는 일기장에서 나는 시인이었고, 감상평론가였고 예술가였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던 친구는 만화 캐릭터 같은 그림을 종이에 끄적여 보냈고, 서로서로 그날 각자 수업에서 생각했던것, 인생에 대해, 진로에대해 그렇게 두서없이 적어갔던것 같습니다.

수녀님의 이 책 '친구에게'는 그 일기장에 연륜이 더한 끄적임이었습니다. 그 때 우리는 아직 스무살이 되지 않던, 학교와 집의 테두리에서 폴짝폴짝 뛰던 개구리였다면, 수녀님의 이 책은 이제 그 연못에서 나와 세상을 돌아보고 어쩌면 멀리 떨어져서 더이상 가까이서 교환일기를 쓸 수 없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같았지요. 그래서 '떨어져 있어도 가까운 마음으로 그리움을 담아 전하는 글'이라고 하신것 일지도 모르겠네요.

수녀님이 이제껏 쓰신 글 중, 이곳 저곳 흩어져있던 친구에 관한 글들을 모아 엮은 예쁜 책.

가까운 이들과도 본의아니게 거리를 두어야 하는 지금, 소중한 친구를 떠올리며 바로 지금, 마음을 표현하기를 권해주시는 수녀님의 조언과 함께 책 안의 짤막한 글들속에 이 글을 보내고 싶은 이들이 떠오릅니다.

윤동주 시인이 '별헤는 밤'에서 왜 별 하나 하나에 사랑과 쓸쓸함과 자신 안에 자리잡은 것들을 하나씩 떠올렸는지 문득 이해가 됩니다. 잡을 수 없이 멀리 있지만 여전히 내 안에 머물러 있는 그것. 지나간 시절 함께 했고 이제는 기억저편에 있는,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이들을 수녀님의 글을 통해 떠올려 봅니다. 지금은 편지지를 꺼내 펜을 들고 글을 쓰자니 어색하기 짝이 없는데 그 때는 왜그렇게 뭐라도 적어서 보내고 싶어서 안달이었는지.

지금의 어색함을 수녀님의 글로 메꿔봅니다.

친구라고 쓰고 남편도 생각하고, 어릴 적 동네친구도 떠올리고, 같이 학교 다닐때 학교에서 집까지 제법되던 거리를 걸어다니던 이도 떠올리고, 그 친구들을 떠올리며 그 때의 나도 떠올리며 감상에 젖어봅니다.

친구. 친구가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일상을 살아간다고 하면서 왜 나이가 들 수록 그 친구들을 잊고 살았는지.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게 하는 책, 그래서 어색함을 무릅쓰고 괜히 친구를 떠올리며 뭐라도 끄적이게 하는 책

[친구에게]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