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은미 옮김 / 샘터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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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은미 옮김

샘터

 

"되도록 집이랑 가까운 곳에서 종일 스킨케어용 콜라겐을 추출하는 작업을 지켜보는 일 같은 거. 어디 없을 까요?"

이런 일이 있을까요? 그저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기만 하는 직업말이에요. 진짜 이런 일이 있다면 '누워서 떡 먹기'같은데 말이죠.

일본에서 같은 제목의 인기 드라마가 만들어졌다는 원작 소설.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말이 누워서 떡먹기지, 누워서 떡먹는거 쉽지 않아요. 목도 막히고 체하기 쉽상이지요. 말장난을 하는 것 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14년동안 의료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번 아웃된 뒤 일을 그만두고 쉬다가 이 후 1년여 동안 겪은 다섯가지 단기직업은 일 자체로만 보면 정말 월급루팡 수준의 일인듯 합니다. 적당히 자리를 지키고 시간을 떼우면 되는 듯한 일. 하지만, 주인공을 따라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이 책의 제목이 입에서 절로 나오게됩니다. 정말 이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나봐. 하구요.

일면식 없는 고용센터 상담원에게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말하고 그 조건에 가장 근접한 직장을 추천받으며 간 직장들. 누군가를 모니터로 끊임없이 감시하며 이상행동을 발견하는 것, 경영난으로 운행을 멈춰야 할 노선의 버스에 광고수입으로 운영하기 위해 버스 음성 광고를 작성하는 일, 과자봉지 뒷면에 담을 꺼리를 작성하는 것, 포스터를 붙이는 일, 커다란 숲 속에서 초소를 지키며 부수적으로 그곳에서 길 잃은 사람을 찾아주거나 주변 지도를 작성하는 일. 적당히 일을 하면서 자기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거 같은 일들로 보이는 일들입니다. 정말 이런 일들이 있나 싶기도 하구요.

일과 나의 삶에 적정거리를 두고 산다면 문제 없을 법(?)한 일들 일지도 모르지만, 한번 일을 시작하면 그 일에 자신의 열정을 다하여 임하는 주인공에겐 대충의 삶은 없는 듯합니다. 자신이 예상 한 범주의 일 이상의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 주인공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단순히 관찰하고 이상조짐이 있을 때 그것을 보고서로 작성하는 일에서 자기도 모르게 하루 종일 감시하는 대상인 그에게 영향을 받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버스에 음성광고를 싣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실제 상점의 흥망성쇠를 가져오는 듯한 미스터리한 일부터,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것 같은 과자봉지 뒷면에 담는 이야기가 고민을 해결해주고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일이 될 줄이야. 또 포스터 붙이는 일은 어떻구요. 그것이 이상한 단체를 막는 일종의 부적같은 역할을 한다는 걸 생각이나 했겠냐구요. 숲 속에서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숲에서 자급자족하며 숨어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 너무 많은 내용을 이야기 했나요... 직접 책을 읽어보시면 이것이 판타지 소설인가 하다가도 곧 현실에서 이런일이 있을 수 도 있겠다 싶은, 하지만 평범하지는 않아서 더 흥미로운 이야기 들을 만날 수 있어요. 고용센터 상담원인 마사카도씨도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마법 잡화점의 주인 같이 어쩜 주인공에게 이런 직업들을 소개시켜 줄 수 있었던걸까요? )

일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일에 번아웃되어서 오랜 자신의 직업에서 떠나온 주인공. 하지만 그녀도 압니다. 다시 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운명처럼 자기에게 다가왔을 때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어쩌면, 1년여동안 겪은 이상한 일들을 하며 경험하고 생각한 것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작업이 아니었을까요.

누구나 자신의 길이라 믿었던 일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이탈하는 경우가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것을 탓하지도 책망하지도 않고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고, 그러니 힘을 내라고. 직접적인 위로의 말이나 격려의 말은 없지만, 주인공의 경험과 발걸음이 쉼을 느끼게 합니다.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직업들을 만나며 일과 나, 일의 의미를 생각하게하는 글. 보람도 느끼지만 무력감이 느껴질 때에도 자신의 길을 계속 걸어가는 이들을 위로해주는 듯한 소설.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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