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그리는 아이 - 뉴베리 상 수상작 상상놀이터 12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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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베리상] 마음을 그리는 아이 ([홀리스 우즈의 그림들] 개정판)

패트리샤 레일리 기프 지음, 원지인 옮김

보물창고

 

만화풍의 표지를 가진 책을 봤습니다. 거기에다 뉴베리상 수상작이라는 표시가 있네요. 요즘, 어떤 책보다 만화로 표현된 책에 호기심을 비취는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손에 들게 된 책이었습니다.

책장을 넘기고 첫 챕터를 읽는데 기시감이 느껴지더군요. 이 글을 내가 봤던가..하고 주인공의 이름을 본 순간 떠오르는 책이 있었습니다.

[홀리스 우즈의 그림들]!

 
 

이 책은 2014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었습니다. [Pictures of Hollis Woods]로 나온 원 제목을 의역해 나온 것이었지요. 내용 번역도 크게 달라진것처럼 보이진 않지만 개정된 책에는 중간중간 만화풍의 삽화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기존 책을 가지고 계신분은 내용때문이라면 굳이 사지않아도 되지만, 표지그림과 책 속 삽화, 변화를 준 제목이 궁금하시다면 비교해보셔도 좋을듯해요.)

원 제목이 사실 그대로의 팩트를 담담히 보여줬다면, 개정판 제목은 번역자가 주인공을 바라보는 마음이 담긴 글 같았습니다. 책을 새로운 나라로 들여오며 우리말로 옮기며 누구보다도 책을 많이 생각했을 독자로서 지은 제목. 주인공의 홀리스 우즈의 모습을 적절히 한 마디로 이야기해 준것이죠. 보이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생각한 것을 그리는 아이가 바로 이 소녀였습니다.

책 전체 내용을 짚어주고 이야기한 것은 6년 전 리뷰가 있어서 따로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하지만, 같은 책을 두고도 읽는 시기에 따라, 나의 경험과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분명한 것이지요.

그 때의 나의 감성에 나도 놀라기도 하고 그 때 보지 못한 것이 다시 눈에 들어오기도 하구요.

- "홀리스, 이건 가족 그림이잖니. M으로 시작하는 엄마, F로 시작하는 아빠, B로 시작하는 오빠, S로 시작하는 여동생, 그렇게 한 가족이 H로 시작하는 집 앞에 서 있는 그림이잖아. 이 그림에 W로 시작되는 단어가 어디 있다는 거니?" (p.7 홀리스가 6살 때, 에반스 선생님 曰)

W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아오라는 숙제에, 홀리스 우즈가 그린 그림을 보고 선생님은 홀리스가 그린 그림에 X표시를 하지요. 그리고, 이 기억은 계속해서 홀리스의 기억에 잊혀지지 않는 것이 됩니다. 너무 강렬하여 문득문득 떠오르는 꿈처럼 말이죠.

홀리스 우즈가 생각한 것은 소망하다의 wish나 원하다 want의 W, 음악 선생님이 가르쳐 준 '사랑스럽지 않나요 (Wouldn't it be loverly)'의 W였는데 말이죠. 판단하는 이들은 자기가 정한 기준으로 보고 말합니다. 여섯살이면 추상적인 사고로 생각하는것은 어렵다고 여기는 것일까요. 가족을 누구보다도 원하고 바라는 고아였던 홀리스 우즈의 생각 속에는 그 무엇보다 구체적이고 또렷하게 그려진 그림이었을 텐데말이죠.

- "이건, 소망(Wish)의 그림이네. 가족을 갖고 싶은 소망." (p.159 홀리스가 그린 그림을 보고 한 스티븐의 말.)

스티븐은 홀리스의 그림을 보고 단번에 홀리스의 마음을 읽어냅니다. 홀리스가 그 그림을 그린지 6년여의 시간이 지나 열두살즈음때의 일이지요.

그녀의 마음이 드러난 그림을 읽을 줄 아는 그 누군가가 여섯살 홀리스 곁에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

- "그림은 세상에서 네가 보는 것, 진정으로 보는 것을 그리는 거야.

그리고 때때로 네가 보는 것은 네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도 깨닫지 못하는 상태에서 네 머릿속 깊은 곳에 자리를 잡지.

하지만 일단 종이 위에 펼쳐지고, 네가 그것을 실제로 보게 되면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거야." (p.62 홀리스의 그림을 보고 이야기하는 베아트리스)

홀리스가 원하던 것.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이룰 수 있을거라 생각지 못하고 있을 때 조차 그녀 속에 자리잡고 있던 소망.

베아트리스가 홀리스의 그림을 보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저 말부터 시작해, 그림을 그리는 것은 다른 이가 대신 할 수 없고, 그렇게 해줘도 안되는 것이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세상으로부터 숨어서는 안된다는 이 말들이 홀리스의 삶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지요.

어느 누구나 자신에 삶에 대한 그림을 그립니다.

실수하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일반적 통념 속에 먼저 삶을 걸어간 이들의 기준으로 이들의 시선속에서 자신을 옭아 매기도 하면서 자신의 삶의 모습을 그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자신의 삶을 대신 그려줄 수 없는 것입니다. 인생의 그림은 세상에서 내가 보는 것, 진정으로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이니까요.

대학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결정하는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되고, 자녀들이 '엄마는 꿈이 뭐야?'하고 물으면 당황하는 저를 봅니다.

전에는 홀리스의 상황에서 홀리스가 가족을 소망하고 이루는 그 상황에 집중하여 감정이입이 되었다면, 이번에는 홀리스 속에 자리잡았던 소망에 유난히 눈길이 가네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리잡았던 소망, 그것이 그림으로 드러났을 때 그 그림을 제대로 해석한 이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이도 있었다는 것. 하지만 그 그림이 해석한 사람의 그림은 아니라는 거. 내 자신을 담아낼 그림이기에 세상으로부터 숨어서는 안 된다는 것.

예쁜 표지그림과 삽화로 개정되어 돌아온 [마음을 그리는 아이]. 홀리스 우즈의 그림들 속에서 홀리스 우즈의 삶은 물론 나의 삶의 그림까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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