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출간 20주년 기념판) - 아동용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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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20주년 기념판)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사계절

 

아카시꽃(우리가 흔히 아카시아꽃이라고 부르는) 하얗게 피는 계절이 돌아왔어요. 첫째가 이 꽃을 보면 생각나는 노래가있다며 불러줍니다.

🎵난 날아올라 저 구름위로...내일을 찾아갈래 돌아본 곳에 니가있기를 바래...

무슨 노래냐고 물어보니 마당을 나온 암탉이 아카시아꽃을 볼 때 나오는 노래라고 하네요.

(* 마당을 나온 암탉ost 중 바람의 멜로디 였어요.)

아이들에게도 제게도, 책으로도 영상으로도 뭉클한 감동을 준 황선미 선생님의 [마당을 나온 암탉]이 벌써 20번째 생일을 맞게되었습니다.

그에 맞춰 20주년 기념판이 나왔어요. 어른들을 위한 새로운 그림의 책과 우리에게 익숙한 김환영 화백님의 그림으로 나온 어린이를 위한 책.

어린이를 위해 나온 기념판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잎싹은 '잎사귀'라는 뜻을 가진 이름보다 더 좋은 이름은 세상에 또 없을 거라고 믿었다.

바람과 햇빛을 한껏 받아들이고, 떨어진 뒤에는 썩어서 거름이 되는 잎사귀.

그래서 결국 향기로운 꽃을 피워 내는 게 잎사귀니까.

마당을 나온 암탉 p.15

이름대로 산다고들 하지요. 잎사귀에서 딴 이름 '잎싹'을 혼자 가진 난용종 암탉은, 이 의미대로 자신의 삶을 펼쳐갑니다. 그렇게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고 싶어하더니, 제 알은 아니지만 온 몸으로 품은 새끼를 가지게되고, 죽을 때 조차 거름처럼 다음 세대의 양분이 되는것을 알고 숭고하게 생을 마감했으니까요. 꽃처럼 피어날 그들의 삶을 생각하면서......

잎싹이 폐계로 여겨진 뒤 닭장에서 나왔다는걸 눈으로 읽었으면서도 다른 이의 알을 품고 초록머리를 훌륭하게 키워낸 것이 건강한 암탉이라 가능한 것이라 여기고 있었나봅니다. 알을 낳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사라지는 듯 여긴 상황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낯선 세계로 나아간 잎싹. 이번에 다시 보면서 잎싹의 용기를 보게되었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나아가도 소망을 가지고 있는 것. 그 소망이 있었기에 다른 것이 부족해도 살아갈 힘을 가질 수 있었겠다 싶었지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게되는 것이 달라지는 걸까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처음 접했을 때는 잎싹의 '모성애'라는 것이 와닿았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길러낸 초록머리, 그리고 자신의 몸을 족제비 새끼의 먹이로 내주는 모습에서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다시 보면서 등장인물 캐릭터 하나하나에 마음이 갔습니다.

먼저는 잎싹. 엄마로서의 삶 이전에 '잎싹' 그녀의 온전한 삶을 머릿속으로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알을 낳토록 정해진 삶. 자신이 원하는 것은 그 알을 품고 병아리를 키워보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가능하리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않았지요. 자신이 낳는 알이 무정란이란 것도 몰랐었고, 닭장을 나올 때의 그녀의 몰골은 병들고 죽어가는 폐계로 버려지는 쪽에 속했으니까요. 그럼에도 그녀에게는 소망이 살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살 소망이 주어졌을 때 그 기회를 잡았지요. 텃새로 인해 늘 바라보았던 마당에서 살 수 는 없었지만 마당을 벗어난 그녀에게는 그토록 바라던 알을 만났습니다. 자신이 알을 품는 것이 자신의 꿈이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슬픈 현실을 위로해주는 것이라는 걸, 그녀만이 그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라는 걸 자신도 몰랐지만요.

나그네 청둥오리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잎싹이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강렬한 소망뿐 아니라 돕는 이들의 힘, 그 선두에 있었던 것이 바로 나그네 청둥오리였습니다. 그가 마당으로 잎싹을 초대하지 않았다면, 또 잎싹이 자신의 알을 품을 때 묵묵히 그녀를 돕지 않았다면, 족제비가 배고파질 때 자신의 몸을 먼저 내어주지 않았다면 이후의 잎싹과 초록머리의 이야기가 펼쳐질 수 없었겠지요. 나그네는 잎싹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알려주는 전략가였고 가시고기의 부성을 가진 이였습니다. 이후 잎싹이 족제비에게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것도 어쩌면 이 나그네에게서 배운 것이 아닐까요.

어리다는 건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

같은 족속이라고 모두 사랑하는 건 아니란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야

마당을 나온 암탉 p.161~163

어리숙한 암탉이었던 잎싹은 초록머리를 기르며 함께 자랍니다. 경험이 없어 어리숙해보였던 잎싹은 어미로서 점차 성숙해갔습니다.

지난 날 나그네 청둥오리가 제게 보여주었던 친절, 같은 닭이지만 저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암탉과 마당의 동족들, 저와 다른 청둥오리 새끼인 초록머리를 기르면서 다르지만 사랑으로 품어준 것이죠. 깃털이 빠지고 안전한 곳에서 먹이를 먹어 포동포동 윤기가 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당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변모한 잎싹과 같은 그런 엄마, 내 아이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아이도 돌아볼 수 있는 마음. 그래서, 적대감을 보이며 견제했던 족제비의 마음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넉넉한 마음으로 생을 마감했던 잎싹처럼 매일매일 성숙해지는 엄마. 내 모습이 그런 엄마의 모습으로 변해갔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엄마의 사랑안에 자랐지만 처음엔 엄마와 다른것에 정체성의 혼란을 가졌다가 자기 동족안에 적응하는 과도기를 거쳐 누구보다도 멋진 청둥오리가 된 초록머리. 꼭 사춘기를 거쳐 성장하는 청소년들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모습을 마음껏 펼치는 삶을 살았으면 싶었구요.

좋은 책은 두고두고 읽히며 읽을 때 마다 새로운 감동을 주지요.

언젠 가, 우리 나라에는 뚜렷이 내세울만한 그림책 주인공들이 드물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잎싹이 두고두고 감동을 주는 책으로 남아 암탉'잎싹'이 우리나라 대표 동화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해 어릴 때 알게된 주인공이 나이가 들면서 독자의 마음에서 함께 성장하는 그런 캐릭터가 되길, 잎싹이 성숙해가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네 가슴에 살아숨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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