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왜 왔니? 샘터어린이문고 60
황지영 지음, 이명애 그림 / 샘터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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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 왜 왔니?_샘터 어린이문고060

황지영 글, 이명애 그림

샘터

 
 

우리 집에 왜 왔니?

어떻게 들리시나요? 아이들이 '우리집에 왜왔니~~꽃찾으러 왔단다~'하는 놀이 곡으로 들뜬 마음으로 들리시나요, 아니면 톡 쏘아 붙이는 말?

아이들이 놀이곡으로 부르던 그 곡조가 일제강점기때 각 집의 처녀들을 잡으러 가는 은유적 표현이었다는 말을 듣고는 더이상 이 놀이가 좋게 보이지 않았던 기억도 있지만, 제목 아래 어색한 분위기를 풍기며 육면체 틀 속에 앉아있는 두 아이의 모습이 친근한 말투의 물음으로는 들리지 않게합니다.

뭐든지 잘하는 똑부러지는 아이 예빈이. 그아이가 모둠장이 되는 건 당연해보입니다. 어쩌다 그 아이와 같은 모둠이 된 연한별. 연달아 두 달을 모둠장을 했던 예빈이 대신 얼떨결에 한별이가 모둠장이 됩니다. 유난히도 모둠 발표가 많은 우리반, 모둠장이 나설 일도 많다는 일이겠지요. 모둠장답게 준비도 잘하고 발표도 잘하고 싶은데 예빈이가 실질적인 모둠장인것 같아 보이네요. 모둠 수업준비를 위해 한별이네 집에 함께 가게된 예빈이. 그런데 이상합니다. 분명 한별이 자기 방이고 자기 집, 자기의 엄마인데 예빈이에게 하나씩 뺏기는 느낌이 드는것은 왜일까요? 똑부러지고 누구에게나 붙임성이 강한 예빈이는 왜 자기집에 가려하지 않고 친구네집에서 오랫동안 머물려고만 하는 걸까요?

우리 집에 왜 왔니?

이제 이 말의 어조가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오시지요? 그렇습니다. 우리 집에 오지 마! 어서 가! 라는 의미가 다분한 말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예빈이란 아이, 왜 그럴까? 왜 친구 방이 편하다며 덥썩 누워 잠이들진않나, 친구집에서 저녁 늦게까지 머무를려고 하나...나쁜 의도를 가진건 아닐까...

예빈이를 굴러온 돌이라고, 나는 박힌 돌이라고 생각 했었다.

그래서 예빈이가 밉고 미웠다.

그런데

예빈이가 왜 굴러왔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예빈이도 자리가 필요했나 보다. 마음 편히 있을 자리가

우리집에 왜 왔니? p.133

누리네 할머니가 웰 다잉을 준비하며 떠난 복수여행에 함께한 예빈이와 한별이는 그 시간을 보내며 예빈이의 상황을 알게됩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상황. 마음 편히 있을 자리가 없었던 이유를 그제야 알게된거죠.

왜 저 아이를 만나게 되었는지 원망하던 시간이, 그 아이를 만나서 감사한 시간으로 바뀌기까지, 쉽지는 않았습니다.

덮어두려고 했던 상황을 직면해야했고, 자신의 감정에 정직해야하는 건 당장은 아픔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시간이 없었다면 모두가 상처를 아물게하는 대신 덧난 상처를 덮기에만 급급했을 거라는 것.

우리집에 왜 왔니?

모난 마음에 뾰족한 시선으로 거부를 담아낸 말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달리보입니다.

우리집에 온 이유가 무엇일까, '왜' 왔을까 그 마음을 헤아려보는 말로 말이죠.

나에게 다가온 상처만 바라보지 않고 상처를 준다고 여긴 친구가 찔린 가시를 함께 해결해주며 보이는 것 이면의 것을 보는 성장이야기

[우리 집에 왜 왔니?]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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