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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뭉게 구름을 잡으면 ㅣ 마음별 그림책 13
미카엘 에스코피에 지음, 크리스 디 지아코모 그림, 정순 옮김 / 나는별 / 2020년 5월
평점 :
[뭉게뭉게
구름을 잡으면] 구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미카엘 에스코피에 글,
크리스 디 지아코모 그림
정순
옮김
나는별
얼토당토 않은 소리를
하는 듯 느껴질때면 우린,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쉽게 말해버리곤 합니다. 막연하거나 허황된 소리라는 말이지요. 알량한 나의 경험에 비추어,
짧은 나의 삶의 발자취에서 그런 일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오늘 소개드릴 그림책은
제목 그대로'뭉게뭉게 구름을 잡는다면'하는 상상으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그 구름을 잡는 이야기로는 느껴지지않습니다. 구름
이야기인데 왜 다른 것들이 떠오르는 걸까요.
그림책을 보다보면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보다 어른들과 공유하고 싶은 그림책들을 종종 만나곤합니다. 근사한 그림의 그림책이 어린시절 누리지 못했던 보상심리로 작용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책 안에 담고있는 메시지가 마음에 콩 부딪혔기 때문이겠지요.
이 책도 책 속 화자는
분명 아이인데, 그 아이가 던지는 말들이 땅 속에 뿌리를 박고있는 고구마 줄기를 당기는 느낌입니다.
숲 속을 거닐 때
어디를 보시나요? 우리의 시선은 앞, 조금 여유가 생기면 좌우에 핀 꽃들과 나무, 그 속에 움직이는 생물들을 향하곤 하지요. 눈을 들어 하늘을
보고 그 안에 뭉게 구름을 만난다는 생각, 처음 봤을 땐 아무렇지않게 넘겼다가 다시 책을 보면서 그 생각에서부터 ' 어? '하고 반응했습니다.
독자인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하늘에 닿은 시선. 책은 물흐르듯 화자가 생각하고 바라보는 구름으로 독자를 이끌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재미있는
생각들을 떠올려봅니다. 상상 속에서 불가능한 것이 없음을 보여주듯 구름은 까마득한 저편에 있는 대상이 아니라 돌멩이를 던지면 그 돌을 맞아줄
거리에 있는 듯 느껴집니다. 바라만 보던 그 무언가가 내 손에 훅 잡힐 듯한 순간, 내 손에 구름이 잡힌다면?
그러다가 불현듯 저
멀리 있는 구름을 자각하고 맙니다. 손에 잡힐 듯 다가올 듯 하다가 두둥실 저 멀리 있는 구름을 보면서 내가 길들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란걸
깨닫게 되지요.
잠시 슬펐습니다. 책
속 아이도 그렇게 말하더군요. 구름이 사라지면 화가나고 속상하기도 했다고, 만나지 않은 척 다 잊은 척도 했다고...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고도 하네요. 언제 그랬냐는 듯 구름은 뭉게뭉게 둥실둥실 다시 온다고 말이죠.
구름은 사람과의
인연일까요? 늘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이 바뀌고 가까이 있던 것 같은데 멀어지고, 잡아두고 싶지만 잡아둘 수 없는 것.
그렇게 잊은듯 여기다가 다시 돌아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소중한 사람들이 다시 마음을 채우는 것.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은
구름. 잡고 싶지만 잡는 다고 오지 않는 구름. 하지만 언제나 다시 찾아오는 구름.
구름은 시간인걸까요?
아니면 기억? 소중한 순간?
구름을 대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한 장 한 장 넘길 수록 구름을 대하는 아이의 태도가 심술이나 슬픔에서 여유롭게 이해하고 편안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성장해간다,
성숙해진다는 느낌. 담담하게 현실을 마주한다는 느낌 말이지요.
둘째의 독서노트입니다.
(아이의 허락을 구하고 사진을 올려봅니다^^)
그림과 글을 보고
초등학교 저학년의 독서록이 저보다 낫다 싶었습니다. 장황하게 이런 저런 생각을 주저리 주저리 적는 것 보다 표지 그림 한 컷과 짧은 두 줄 글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풀어내놓다니! 아이가 어떤 깊이로 이 책을 받아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책은 읽는 이들에게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고 잠잠히 들어주니까요. 아이가 십대가 되고 어른이 되었을 때 다시 이 책을 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까요?
궁금해집니다.
자유롭게 날아가야하는
것을 알지만, 잡고싶고 가지고 싶은 뭉게구름이 있나요?
혹 그것으로 힘들어하고
있진 않은지.
그렇다면 걱정하지
말라고, 언제 그랬냐는 듯 뭉게 뭉게 둥실둥실 다시 구름을 만나게 될거라고
잠잠히 들려주는
그림책
[뭉게뭉게 구름을
잡으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