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아깝잖아요 - 나의 베란다 정원 일기
야마자키 나오코라 지음, 정인영 옮김 / 샘터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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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아깝잖아요

나의 베란다 정원 일기

야마자키 나오코라

정인영 옮김

샘터

 
 
 

 

텃밭 가꾸기.

몇해 전 살던 집에서 아이랑 상추랑 깻잎이랑 부추랑 딸기, 고구마를 심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게 했던 책,

그리고

왕초보이면서 식물이 좋아 들였던 작은 화분들이 저마다 최적의 생육 조건이 달라서 한 달을 겨우 버틴 식물과,

어떻게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금껏 곁에 남아주었는지 보면 볼 수록 고마운 우리집 식물들을 돌아보게 한

작가의 베란다 정원 일기

[햇볕이 아깝잖아요]를 보게 되었다.

제목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거창하게 목적을 앞세우고 식물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좋은 햇볕에 그 햇볕이 드나드는 곳을 그냥 두기 아까우니, 식물 친구를 맞이하는게 옳지 않겠소? 하고 말하는 느낌 이랄까.

그렇게 소소하게 시작했지만, 표지 그림처럼 어느덧 작가의 삶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을 식물들이 그려졌다.

그리고, 정말 그랬다.

처음에는 초보였을지 몰라도, 지금 이 책을 낼 즈음의 작가는 책 속의 다양한 식물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그들을 잘 아는 정원사였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오후 늦게, 혹은 밤 중에 퇴근하는 일상을 가진 이들이 집을 고르는 기준과

저자처럼 글을 쓰며 집이 곧 작업실인 이들의 집을 고르는 기준은 다를까?

집 안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현대식 구조와 햇볕등을 포함한 바깥 풍경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어떤 것을 최 우선으로 여길까.

책을 보면서

집에 햇볕이 얼마나 드는지, 그리고 집에서 바라보는 바깥의 사계절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며

"이 풍경 여기서 저기까지 다 내꺼야"라고 말했다던 <후지 일기>의 작가 다케다 유리코와 같은 말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고심해서 고른 갖가지 종류의 흙에 수확해서 먹을 수 있는 채소도 심고, 생소하지만 음식의 풍미를 달리해준다는 딜 등의 허브도 심고, 아보카도 씨앗에 싹을 틔워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생명이 있는지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가도 저마다 제게 맞는 온도와 습도 등의 환경이 주어지면 기어코 싹을 틔우는 씨앗.

한번 물을 머금고는 되돌아 갈 수 없는 것이 씨앗이라는 것도, 모든 싹이 귀하지만 솎아주지 않으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는 것도

작가의 글을 통해 새삼 보게 되었다. 그저 지나치고 마는 상황도 누군가의 생각과 그 생각이 담긴 글을 읽으면 아무것도 아닌것이 아니게 된다.

잎을 떨구고 있는 나무라고 해서, 죽은 듯 보인다고 해서 그 나무가 죽은 것은 아니라는 것

다시 따듯한 볕이 들고 선선한 바람이 찾아올 때 나무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다시 초록잎을 내 놓듯이

사람도, 힘들 때는 잎을 떨구고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것. 조만간 다시 따뜻해 지는 날이 올 것이니.

사람이 홀로 살아가는 것 보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듯이

식물도 한 땅에 혹은 가까이 심으며 수명을 늘리고 해충을 막아주는 컴패니언 플랜트(companion plant, 공영 작물)이란 것이 있다는 것,

식물의 모습을 보며 사람사는 모습을 떠올리게 해 주고 잔잔히 지혜를 얻게 해주는 것도 좋았다.

베란다를 보며 그 베란다에 심은 식물들의 이야기, 저자의 이야기를 담담히 담은 일기.

정원을 가꾸고 그 후 10년, 첫 아이를 유산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시골로 이사를 하고

육아를 하고 다시 아이를 품으며 그 때와 같은 가드닝은 하지 않지만 여전히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뚜벅뚜벅 걸어가는 작가의 이야기까지

햇살 좋은 어느 창가에 기대고 앉아 풍경을 보며 한 숨 쉬어갈 수 있는 책

[햇볕이 아깝잖아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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