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표류기 - 조선과 유럽의 운명적 만남, 난선제주도난파기 그리고 책 읽어드립니다
헨드릭 하멜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멜 표류기

조선과 유럽의 운명적 만남, 난선 제주도 난파기

헨드릭 하멜 지음, 신동운 옮김

스타북스

 
 

하멜 표류기.

이 책 이름을 안들어본 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익숙한이름.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려고 하진 않았던 책.

그러다가 요즘 다시 이 책 이름이 귓가에 들립니다.

아이가 읽는 문고 책에 해양과 관련된 소설 속에서도 이 하멜의 이야기가 살짝 언급되고,

책 읽어주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면서 다시 눈길을 끌게 된 것이죠.

그 분위기에, 한 번 읽어보자 하며 손에 든 책. 생각보다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에 새롭게 정리한 오리지널 에디션으로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하멜은 네덜란드 사람입니다.

그가 쓴 하멜 표류기 (난선 제주도 난파기)는

1653년 (효종 4년) 네덜란드의 무역선 스페르베르호가 풍랑으로 난파되면서 원래 목적지였던 일본으로 가지 못하고

선원 64명 중 36명 제주도에 상륙, 체포되어 13년 28일 동안 억류되었다가 8명이 탈출하면서

그 간 있었던일을 보고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글입니다.

책은 시간 순서대로 쓰여진 하멜 일지와 일본으로 탈출하면서 기술한 나가사키 부교의 질문과 우리들의 답변,

당시 조선 전반에 관한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조선국에 관한 기술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임진왜란을 지나고, 조선 후기로 들어 선 시기,

세계적으로는 영국이 동인도회사를 세우고 항로를 이용해 여러 나라와 좋게 말하면 무역, 정복하며

바다로 눈을 돌린 강대국들이 영향력을 넓히던 시기

그 속에서 일어난 이야기였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를 지나 타이완을 지나 일본을 향해 가던 여정

풍랑속에 배가 난파되고 제주에 닿게 되지요.

자신들을 해하려 온 것도 아니고, 무역을 가장한 침략은 더더욱 아니었음에도

조선 조정에서는 외국사람을 귀국 시킬 수 없다는 대답을 들려줍니다. 다른 나라에 자기 나라 사정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지요.

(하멜이 도착하기 전 벨테브레이가 1628년 비슷한 사정으로 조선에 도착했고, 하멜이 왔을 때 통역관으로도 왔음을 하멜일지를 통해 볼 수 있어요.

이 벨테브레이가 우리가 아는 네덜란드 인으로 인조때 귀화한 박연이에요.

우리나라가 좋아서라기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속에서 귀화하지 않았을까...이번에 처음 생각하게 되었네요. )

제주도에서 서울로, 청나라 사신이 왔을 때 (책에는 타타르인이라고 계속 나오는데, 청나라 사신이 아닌가 샆어요.) 몰래 중국으로 가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실패하고, 전라도로 갔다가 기근으로 남쪽 으로 흩어진 상황이 년도별로 기술되어 있었습니다.

처음의 상황은 날짜도 기록되어 있어 상세한 반면 해가 지날 수록 그 해에 있었던 전반적인 상황만 기술해 놓았어요.

자신들의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관리들의 성향도 적어두었구요.

그 지역 최고 관리를 총독이나 사령관이라고 지칭하고, 임금을 국왕으로 이야기하는 등 조금은 낯선 용어로 부르는 것을 보면서

같은 상황도 이방인의 시선에 그들의 용어로 들으며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게되더군요.

3년마다 관리가 바뀌는 시스템이나 암행어사를 통해 부정이 드러나면 직이 파면되고 벌을 받는 것, 인품이 훌륭하고 선하게 통치하면 나라에서도 인정해주는 모습등 조선시대가 꽉 막혔을 거라는 생각을 거두게 한 모습도 보게되었어요.

귀화한 네덜란드인 박연처럼 외국인이 조선에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닌데

스스로를 감추려 들지만 말고 세계 속에서 조선의 앞날을 보고 먼저 세계와 교역할 준비를 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구요.

하멜의 일지는 그렇게, 자신들이 조선에 머물며 이동한 것과 탈출을 위해 준비한 이야기 그리고 결국 일본으로 탈출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조선에 관한 기술'은 읽으면서 참 놀라웠습니다.

13년동안 조선에 있으면서 어떻게 정치, 군, 관리, 종교, 결혼, 교육, 무역, 문화 등 전반적인 것을 파악했을까 싶을 정도로요.

아마, 먼저 와 있던 박연의 도움을 받아 풍속을 이해한 것도 있겠다 싶었고, 이방인으로서 자신과 다른 모습이 더욱 자세히 눈에 들어왔을 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덕분에 지금, 그 시대의 상황을 우리가 알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조선 정부에서 우려했던 것 처럼 자신들의 상황이 외국으로 알려져

불리하게 작용한 점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영국 등 항해로 자신의 입지를 굳힌 나라들이 세력을 넓히던 시기였으니까요.

하멜은 몰랐지만, 자신을 포함한 일행이 일본으로 탈출한 뒤 남아있던 이들 8명도 인도적인 배려로 석방, 네덜란드로 돌아갔습니다.

이 후 네덜란드와 조선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되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여기서는 거기까지는 나오지 않으니까요.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조선을 유럽에 알린 [하멜표류기].

조선에 관한 서양인 최초의 저술로 당시 동양에 관한 호기심과 함께 유럽인들의 이목을 끌었던 책.

이방인의 눈으로 조선의 정치제도와 민중들의 삶을 보며 상세하고 자세하게 기술한 책으로

역사책으로만 보던 조선 후기의 모습을 더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