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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정원 - 2019 칼데콧 아너 상 수상작 ㅣ 밝은미래 그림책 42
브라이언 라이스 지음, 이상희 옮김 / 밝은미래 / 2020년 1월
평점 :
망가진 정원 (2019 칼데콧 아너상)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브라이언 라이스, 이상희
옮김
밝은미래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기둥같이 의지하고 있는 이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하기도 싫은 일들이
연상되더군요.
함께한 시간이 길어 질
수록 서로의 삶에 끼치는 영향력이 깊어지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여기
오늘 만나 본
그림책에도
그런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에번과 멍멍이는 뭐든지 함께 합니다.
함께 뛰어놀고 맛있는것은 나눠먹고, 함께 모험을 나서고
가족도 이런 가족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친밀한
사이네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에번의 멋진 정원을 함께 돌보는
일이었어요.
함께 하면 행복한 이와 정성껏 정원을 돌보았으니, 그 정원이 멋지게
가꾸어지고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는 것은
분명하겠지요.
그러던 어느 날.
- 그 어느 날이 항상 문제를 일으킵니다 -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납니다.
늘 함께라고 여기던 이가 눈 앞에 사라진다면, 그것을 한 번도
염두해 두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면...
자신의 삶을 부정하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의미가 사라진 것이죠. 기쁨이 없어진 것이죠.
에번에겐 정원이 그러했습니다.
기쁨을 누리던 정원이 한 순간에 무섭도록 낯선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상처가 나서 곪았던 곳에도 어김없이 새 살이 돋는 것
처럼,
누가 일부러 심어둔 것도 아닌데 내버려진 정원에도 무엇인가로
채워집니다.
잡초가 자라고 그 잡초를 다듬는 에번. 그런데, 잡초로 무성해질
수록 더욱 정원은 쓸쓸해져갔습니다.
상실에 대한 슬픔을 그저 곧 괜찮아 질거다, 새로운 것으로 대체될
것이다 라는 얄팍한 위로로
슬쩍 덮으려하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름다웠던 정원이 망가지고, 잡초가 자라고 그것이 원래 주인이었던
마냥 자리잡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아도
슬픔의 시간을 보내며 애도하고 더 단단해져가는 시간들을 식물의 나고
스러짐을 통해 보여주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잡초로 가득한 정원에 호박 덩굴 하나가 울타리 밑으로 기어
들었습니다.
가늘고 길고 꼬불꼬불한 호박의 덩굴손.
에번을 향해 손을 내민 것일까요.
그 꺼끌꺼끌한 줄기와 보송보송한 작은 잎이 에번의 상처난 마음에
반창고가 되어줄까요?
마치 신데렐라를 태운 호박마차가 왕자가 있는 성으로 신데렐라를
데려다 준 것 처럼
이 작은 호박 덩굴손이
생각지 못한 만남을 연결해주는데요,
(여기서 이야기를 다 해 드리면 아쉬우니, 그림책을 통해 그 감동을
느껴보시길요~!)
...
오랜 우정, 그리고 뜻밖의 상실과 슬픔, 그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시선
그리고
생각하지 못한 이별처럼 그렇게 다가온 만남과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담아낸 그림책
2019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브라이언 라이스의
[망가진 정원 The Rough Patch]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