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상적인 사진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천체사진들은 늘 볼 때마다 경의로움을 느끼게
하지만,
이 천체사진은 또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NASA탐사선 보이저1호가 1990년 2월 14일 명왕성 궤도
부근에서 찍은 지구사진.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이라
명명한 사진입니다.
사진에서 지구가 보이나요?
여기 지구가 있네~하고 동그라미 친 표시가 없다면
'지구사진이라고?' 하고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사진.
보고 있어도 한참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되는
사진입니다.
이 점을 보며 인류가 우주 속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우주를 보고 받는 충격을 '조망효과 (Overview
Effect)'라고 합니다.
더 큰 존재를 보거나, 더 넓은 세상을 보면 우리의 시각이
달라지듯
우주속의 지구, 인간을 보면서 자신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더 크고 넓은 것을 보며 겸손해지는 것.
실제, 남미 콜롬비아의 메데인 시에서는 마약, 갱단, 폭력으로 물든
도시 분위기를 혁신하기 위해 시도한 4가지 테마 중 하나가
천문학이라고 하네요. 시민들이 천문대와 천체 투영관을 언제든
감상하도록 오픈 한 결과, 어느 날 그 도시의 십 대 청소년 갱보스가
부하들과 와서 천체를 관측 한 뒤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우주가
이렇게 넓은데 우린 그동안 너무 좁쌀같이 살았어.
골목 하나를 뺏기 위해 피나게 싸웠다. 우리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는 중퇴한 학교로 돌아갔다고 해요.
우리 도시에 재개관한 천문대가 다시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단지
천문학이 천체를 관측하는 것 이상으로 이런 의미가 있구나.
아이들에게 별을 보여주고 하늘을 보여주는 것이 이런 효과가 있구나
하고 더 자주 보여주어야 겠다 싶었어요.
단순히 지식의 차원이 아니라 삶의 성찰을 돕는 방편으로
말이지요.
삶의 성찰도 아무 정보나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는 일어나지
않지요.
그래서, 이 책도 단편적인 천문지식들을 엮을 수 있도록 - 물론,
익숙하지 않은 천문단위의 숫자와 용어들도 등장하지만 -
친절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과 동시에
지식의 전달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있기보다는
70을 바라보는 저자의 바람,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이 광대한 우주
속의 자신을 발견하며
지금의 삶을 감사함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천문학이 이렇게 철학적일 수 있구나 새롭게 본
책.
어느 과학책에 뒤지지 않게 천문학에 대한 전공지식이 없는 이들에게도
수준높은 천문지식을 전해주면서
우주 속의 나를 보게하는 책
아우름38 [우리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다]
였습니다.